이윤지 일러스트부 부장
이윤지 일러스트부 부장

 카이스트신문에 들어오기 위해 두 번 지원했다. 처음에는 글 기자로 지원했고 낙방했다. 그래서 얼마 후 그림 기자로 다시 지원했다. 기사 쓰기에 낭만이 있던 터라 내심 속상했다. 두 번이나 지원서를 내밀 정도로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발로 뛰어 취재하고, 공인을 인터뷰할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 중고등학교 내내 미술부였는데 결국 또 그림 그리는 곳에 가는구나……. 새로운 경험이 하고 싶었는데…….

 그러던 게 벌써 1년 전이다. 왜 걱정을 했나 싶을 만큼 신문사는 미술 동아리와 무척 다르다. 일러스트부 주요 업무인 기사 일러스트는 외주와 비슷하게 이뤄진다. 기사 초안이 나온 후에 기자가 일러스트에 넣고자 하는 내용과 그림 규격을 요청하면 일러스트부에서 그대로 그려주는 식이다. 멋대로 그릴 수 있는 자유 그림과는 다르다. 비율뿐 아니라 인쇄용 화질이나 색깔도 맞춰야 하고, 또 글을 압도하거나 한 눈에 보기 어려운 건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제약 속에서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기 때문에 여러 도전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어려우면서도 아주 즐겁다. 이렇게 애써 그린다 해서 뭐가 달라지나? 회의감 드는 날도 있지만… 그걸 보상이라도 하듯, 이번 그림 너무 좋다며 누군가 칭찬해주는 날이면 종일 기쁘다.

 공식적인 업무를 하는 부서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 것도 내게는 처음이다. 계획도 잘 못 세우고 효율 관리도 어려워해서 조별과제에서조차 팀장 자리는 피하려 하는 나인데, 작년 기존 부장의 퇴직으로 인해 덜컥 부장직을 맡았다. 업무분배가 이렇게 어려운지 꿈에도 몰랐다. 적절한 업무를 적절한 시간에 각 부원에게 책정하는 것이 나에게는 버겁다. 그래서 미루다 보면 정말로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게 되고, 그럼 그냥 내가 해야지 싶어지는 것이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때론 업무를 과하게 맡아버린다.

 발행일이 다가오면 매번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어떻게든 해결하려 애쓴다. 힘에 부쳐 나 자신에게 실망할 때도 많지만 늘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 원동력은 꾸준히 주어지는 월급이기도 하지만,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과 신문에 기여했다는 성취감 같은 순수한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이번 기자 수첩을 읽었다면, 신문에 실린 그림이 주는 즐거움을 한 번 더 눈여겨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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