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 자신이 중간중간 끊어진 영화필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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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플레이어가 영어 선생님들의 상징과도 같던 시절이 있었다. 테이프를 넣고 재생을 누르면 소리가 나왔는데, 끊기거나 떨리는 현상이 꽤 있었다. 장치의 문제라면 다른 플레이어를 사용하면 되지만, 테이프에 흠집이 생겼거나 늘어진 경우도 많았다. 영화필름도 비슷했다. 1초에 24장의 프레임이나 찍히지만, 문제가 되는 프레임이 있으면 장면이 어색하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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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선생님들이 카세트 플레이어를 점점 안 들고 다니기 시작하던 때. 영화가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기 시작할 즈음이었고, 나는 이때 말을 더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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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나, 나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떤 작가는 자신이 말을 더듬기 때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던데. 누군가는 그저 생각이 말보다 빠른 사람이라고 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놀림의 대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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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더듬는 것쯤이야, 근데 더듬음이 원래 전염되기도 했었나. 더듬음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가끔은 진짜 내가 뭐랄까, 아래 화살표가 잘못 눌러진 엑셀의 무한히 내려가는 스크롤처럼. 그래서 가끔은 진짜 나 자신이 중간중간 끊어진 영화필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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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점을 보완하는 것을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뭐, 완전하지 못할 뿐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영화도 있으니까. 조금 불편하다고 문제 되는 프레임을 잘라버린다면 영화는 감상조차 할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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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프린팅의 비스타비전. 나는 진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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