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카이스트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응모 편수는 적었으나 청년 세대의 불안과 혼란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 많았고, 환상적 요소를 통해 진정한 무엇을 찾거나 지금-여기의 의의를 묻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작품에서 발견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출품작들이 한국 현대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징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작품에서 활용되는 환상적 요소들이 이제는 너무 식상한 소재가 되어버렸다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었다. 흥미로운 소재나 참신한 소설의 구조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증하지 않는다. 소재의 기발함은 작품의 주제와 관련 속에서만 빛을 낼 수 있다. 

 가작으로 선정한 신명은의 <루드베키아 병원>은 참신한 발상과 상징을 활용하여 인물이 지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서사화한 작품이다. 환상적 요소가 단순한 장식에 머물지 않고 인물의 내면을 발견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서술한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이다. 다만 여러 에피소드의 유기적 연결성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또한 주인공과 자신의 형 사이의 갈등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 작품의 한계다.

 박채진의 <나의 영혼에게>는 작품의 독창성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생명이나 시간마저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의 위력과 그 비정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통받는 주인공의 고투가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또한 환각과 같은 이미지로 재현되는 인물의 내면이 유려하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행복과 불행한 삶의 조건,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민해볼 만한 정의에 대한 문제의식도 뛰어난 작품이다.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그렇지 못한 학생에게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긴 분량의 글을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는 힘은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출품작들을 완성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독서와 습작을 위한 노력, 그리고 주제에 대한 고민이 수없이 쌓여왔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이 상상하고 더 깊이 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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