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필과 평론 부문 응모작은 수필 4편, 평론 1편이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홍보 등의 한계를 감안한다 해도 예년에 비해 너무 적은 수라 일단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가 우리의 글쓰기 습관까지 잠식한 것은 아닐진대 ‘우물’이 다 말라버린 것일까.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무라카미 하루키도 창작의 비밀에 대해 ‘우물’이라는 비유를 자주 사용했다. 작가는 우물과 같다고. 우물은 작가만큼이나 여러 종류가 있지만 중요한 건 우물에 깨끗한 물이 있는 거라고. 우리가 내면의 바닥으로 더 깊은 바닥으로 침잠할 때 거기에 마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은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게 하고 다시 차오르게 만들어준다. 코로나 블루에 지친 마음 챙김을 위해서라도 멈추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글쓰기를 계속했으면 한다.

 조가향의 <까만 고무신>은 담백하고 잔잔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배어나오는 그런 작품이었다. 매우 짧은 글이지만 임팩트 있는 정경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아버지가 느끼는 회한의 정체에 대해서, 혹은 그것을 곁에서 듣고 있는 나의 감정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진다. 정예찬의 <우리 할머니는 언제부터 할머니였을까>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되짚어가는, 읽는 사람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따뜻한 작품이었다. 다만 담담한 어조와 평이한 구성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다. 장면 장면에 좀 더 힘을 주어 구성했다면 입체감 있는 글이 되었을 것 같다.

 정재희의 <창문 너머>는 일견 흔할 수도 있는 소재와 내용이지만 본인만의 솔직한 문체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다. 지금 있는 그대로 응원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박규빈의 <영재의 요람, 카이스트>는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을 만큼 문장도 매끄럽다. 내용은 카이스트 재학생이라면 아마 웬만큼은 공감할 수 있으리라. 다만 역설적인 제목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감을 낮추는 것 같다. 

 평론 부문 응모작은 기대 이상으로 깊이가 있었다. 가작으로 선정한 김유환의 평론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는 알베르 카뮈와 톨스토이가 던진 질문을 필자 나름대로 곱씹어본 것으로, 매우 논리적이고 명쾌하다. 자칫하면 진부할 수도 있는 철학적 물음에 대해 한 단계씩 정리하고 사유해나가는 방식이 충분히 독창적이며, 문장도 명료해서 힘이 느껴진다. 독자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을 붙인 마지막 5장이 사족이라 여겨져 당선작으로 선정하지는 못했다. 읽기의 기술과 희열이 이렇게까지 깊은 ‘우물’에 닿을 수 있는 멋진 글쓰기로 이어진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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