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KAIST 문학상 시나리오 부분에는 구인용의 <공허한 에덴>, 이민지의 <퀸 사이즈 베드> 두 작품이 투고되었다. 다른 분야에 비해 투고작이 많다고는 볼 수 없지만, 시나리오가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글쓰기 기술이 더 많이 요구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투고된 2편의 작품의 완성도는 아마추어의 작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때는 매우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구인용의 <공허한 에덴>은 메타버스라는 과학적 이슈와 영혼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는 존재론적, 철학적 이슈, 그리고 동성애라는 사회적 이슈를 하나의 이야기에서 녹여내려고 한 도전적 시도가 돋보였다. 개발자이면서 세 친구인 성민, 웅환, 민하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갖는 아바타를 위한 가상공간을 만드는 ‘GENE-Sys 프로젝트’ 진화하는 디지털 공간(Evolving Digital Environment), ‘에덴 (EDEn)’, 인공지능에 감정과 결정권을 부여하는 ‘EVE(emotive virtual entity) 프로젝트’를 연이어 추진한다. 오랜 커플이었던 성민과 민하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고, 그런 성민을 오래전부터 사랑해왔던 웅환은 그들 커플을 말없이 지켜본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 상황에서 성민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데……. 설정 단계의 다양한 이슈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기에는 플롯의 진행이 다소 작위적이고, 존재론적, 윤리적 성찰이 좀 더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문학적 창의력과 재능이 충분한 학생인 만큼, 더욱더 정진해서 철학적 깊이와 서사적 흥미를 동시에 갖춘 훌륭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민지의 <퀸 사이즈 베드>는 수명을 사고팔 수 있는 세계에서 짧은 수명을 갖고 태어났으나 부유한 부모에 의해 다른 이들의 수명을 사 수명을 연장해 나가는 소희와 긴 수명을 갖고 태어났으나 부모의 강요로 어린 시절부터 수명을 팔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우재의 마남과 사랑을 다룬 신선한 작품이다. 설정이 다소 작위적이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수명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수명을 사기를 거부하는 소희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좀 더 보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 제목 <퀸 사이즈 베드>가 상징하는 소희와 우재, 두 사람의 장례식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독자(관객)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는 등 보완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 유려한 문장 등 KAIST 문학상 가작 수상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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