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중국의 화학 비료 관련 원료 품목 총 29가지 항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후 한 달 남짓 요소수는 전 국민이 주목하는 키워드로서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민관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 모아 6개월 분의 요소수를 확보함으로써 어느 정도 일단락된 현 상황까지, 요소수 대란의 원인과 진행 과정, 해결책과 남겨진 과제들을 돌아본다.

요소수란 무엇인가?

    요소수는 자동차, 특히 디젤 기관의 배기가스 배출 제한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상생활에 도입되었다. 1992년 이후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및 탄화수소 등에 대한 배출량을 규제한 유럽 배출가스 기준이 범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각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이 계속되었다. 이 중 지난 2008년 유럽에서 적용되기 시작한 유로 5 기준(한국은 2011년 부터 적용)을 통과하기 위해서 SCR(선택적 환원촉매 설비;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이 필수로 부착되기 시작했다. 해당 설비는 엔진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전에 포집하여 처리하고자 노력한 이전의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Exhaust Gas Recirculation)*나 디젤 미립자 필터(DPF; Diesel Particulate Filter)**와 달리 연료의 완전 연소를 추구하여 화학적인 방법으로 오염물질을 줄이는 설비이다. 엔진에 공급하는 산소 농도와 폭발이 일어나는 온도를 높여 매연을 줄이는 대신 그 부작용으로 생기는 다량의 질소 산화물을 요소수를 이용하여 환원시키는 원리를 사용하였다. 비록 질소 산화물의 환원 효율이 가장 높은 것은 암모니아이나, 폭발성의 유독가스인 관계로 30% 정도의 요소 수용액인 요소수가 공업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국제 표준인 ISO 22241 기준 요소의 32.5% (w%) 수용액) 우리나라의 경우 앞서 언급된 유럽 배출 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과 같은 환경정책 강화의 일환으로 2015년 이후 디젤 차량의 SCR 부착이 의무화됨에 따라 이후 생산된 모든 차량은 SCR을 부착하고 있다. 특히, SCR 부착 차량의 경우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고, 주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량을 원활히 주행하기 위해서는 연료의 약 5~7% 정도의 요소수를 꾸준히 보충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요소수의 생산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로 하버-보슈법***을 이용한 암모니아 생산, 두 번째로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의 반응을 통한 요소의 생산, 세 번째로 요소를 국제 표준에 맞추어 증류수에 용해시키는 것이다. 전체 단계 중 경제성을 좌우하는 것은 첫 단계에 사용되는 수소의 가격이며, 가장 저렴한 방식은 화석 원료를 개질(reforming)하는 것이다. 석탄의 경우 불완전 연소를 통해,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수증기에 고온 반응하여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 후, 이를 물과 반응시켜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환경 파괴와 관련하여 실험실 수준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기분해,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원자력 기반의 열분해와 인공 광합성 등이 미래기술로서 검토되고 있다.

요소수 대란의 원인들

    요소수 대란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조치이다. 중국 또한 환경 파괴를 줄이고자 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는 등 석탄 생산량을 줄이는 추세인데에 반해 석탄 소비는 오히려 늘리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금년 들어 중국이 석탄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당 대란이 시작되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호주 무역 분쟁의 여파로 호주산 석탄이 수입되지 못한 것에 더하여,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함에 따라 중국 내 석탄 생산량이 감축되었고, 여기에 아프리카 기니의 쿠데타와 산서성 대홍수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중국의 석탄 수급이 어려워졌다. 또한 국제 요소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요소 비료 수출량이 큰 폭으로 증대하여 요소 재고량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지난 10월에 수출 통제까지 이어지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지만 본 대란의 본질적인 원인은 요소에 대한 높은 대중국 수입 의존도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2000년대 이후 요소 생산에 대해 중국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리면서 적자 운영으로 버티다가 2011년 국내 생산을 중단하였다. 국내 요소수 생산 업체들조차도 요소를 수입하여 증류수에 혼합하는 공정 이후에 판매하는 과정에만 관여하였다. 또한 국내 생산이 전혀 되지 않는 품목임에도 전체 수입량의 97.6%를 중국에 의존한 것도 문제로 꼽히며,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전체 수출량의 14%로 2위였다.(연간 56만 4천톤 규모) 이에 더하여 정부의 느린 대처 또한 문제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수출 규제 시작 이후 2주가 지나서야 긴급 실무 협의가 시작되어 요소수 확보에 있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요소수 대란의 영향과 해결책

    요소 수입의 어려움이 불러온 가장 직접적이고 큰 문제로는 디젤 기관의 요소수 부족으로 인한 차량들의 운행 중단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일반 승용차의 경우 약 2만 km당 요소수 보충을 해야 하는 반면, 상용차들의 경우 300~600km당 대략 10~20L 정도의 요소수 주입을 필요로 하기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항만의 화물차들의 운행이 멈췄고, 구급차나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의 운행 차질을 걱정한 시민들의 기부 행렬 또한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요소수를 확보하지 못한 개인은 고장 위험을 감수하고 증류수를 투입하거나 앞서 언급된 SCR에 요소수 없이도 주행할 수 있도록 불법 시술을 하기도 하였다. 국토교통부는 불법차량 단속을 잠정적으로 연기하는 등 요소수 없이 주행하는 차량을 한시적으로 묵인하기도 하였으며, 산업용 요소수를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지 변경을 고려하는 등 여러 미봉책을 마련하였다. 이외에도 농업용 요소 및 비료 가격 폭등과 재고 부족 현상 등의 사회 전반적인 파급 효과도 불러왔다.

    현재까지 제시된 요소수 대란의 해결책은 근본적인 해법보다 현 사태 해결을 위한 미봉책에 가깝다. 현재 유통 재고를 감안하여 대란이 심각하였던 한 달 정도를 버텼으며, 기타 수급처들을 확보하여 11월 말부터 평균 소비량의 두 배 정도의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였다. 이는 현재부터 사태가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6개월 후까지 사용할 수 있는 분량으로, 사태를 일단락시키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인 해법으로 요소 및 암모니아 생산 설비를 국비를 투자하여 국산화하고 요소수를 대체할 수 있는 촉매제를 개발하거나 친환경 차량으로의 교체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신차 생산이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1년 넘게 걸리고 있기 때문에 해결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술적인 해법으로는 2020년 12월 UNIST 백종범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볼 밀링법'이나 지난 11월 GIST 주종훈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일산화질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는 방법 등의 상용화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볼 밀링법'의 경우에는 실험실 환경이기는 하지만 하버-보슈 방법에 비해 낮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3배 이상의 수득률을 보인 효율적인 암모니아 공정법인 만큼, 경제성의 큰 증가가 기대된다.(기존 200기압 450°C에서 25% 정도에 비해 1기압 45°C에서 82.5%의 수득률)

    국가의 공급망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요소와 같은 전략 물자의 경우의 수입 의존도, 특히 한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직접적으로 제시되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입 품목 총 12,586개 중 특정 국가의 수입 비중이 80% 이상인 품목은 3,941개로 전체의 31.3%이다. 해당 품목들의 수입이 요소처럼 어려워진 경우에 대체 물량 확보가 어렵다. 해당 품목에는 마그네슘, 수산화리튬, 프로페인이나 뷰테인 가스와 같은 원자재는 물론, 영구자석이나 포토 레지스터 등 산업에 필수적인 생산물도 포함되어 필수 원자재 대란의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이 중 중국에 8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1,850개로 이런 높은 대중국 의존성은 추후 중국과의 외교나 정치적 관계 설정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와 전략물자 등의 경우에는 단순히 경제적 이해에 따라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거나 충분한 양의 비축량을 준비하지 않는 등의 결정을 내리기에는 그 중요도가 높은 자원들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대란을 통해 신설된 경제안보 핵심품목 TF를 통해 해외 공관 및 무역관과 함께 점검, 분석 시스템과 EWS(조기 경보 시스템; Early Warning System)를 구축하여 대외 의존도가 높은 주요 품목들의 공급 이상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해외 공관에 경제안보 담당관을 신설하여 해당 품목들의 수급 동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주요 수입 기업 및 무역상사, 수입협회 간 핫라인을 통해 이상 동향의 공유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요소 관련 초동 대응이 늦어진 원인 중 하나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KOrea TRAde-investment promotion agency)**** 베이징무역관이 요소 관련 조치를 농업용 요소 문제로만 한정하여 보고하였다는 소통의 부재가 지적된 만큼, 이후 관련 문제가 생기더라도 피해를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비록 요소수 대란을 성공적으로 대비하거나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추후의 공급망 대란에 대비한 예방주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요소수 대란으로 남겨진 과제들

    비록 요소수 대란을 통해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성을 높였다고 하더라도 문제 해결의 본질은 해당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에 있다. 하지만 경제의 국제화가 진행된 현대 사회에서 공급망의 역할에 따른 공간적 분업은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들은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 없는 품목에 대해서 개발도상국과 비교하였을 때에 싼 노동력이나 자원 등의 이유로 가격 경쟁력을 잃음으로써 관련 산업의 지리적 분리가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공급망을 아웃소싱하게 되면서 범세계적 공급망 대란의 리스크가 커지고 다양한 부작용들이 따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해당 대란의 발생의 본질적 이유를 해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적자가 나는 사업에 대해 국비를 투자하여 자국 내 산업을 육성하는 것만이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소나 특정 전략 자원들에 대해서는 활용되는 해결책이지만, 앞서 언급된 대로 해외에 의존하는 품목들이 굉장히 많은 만큼 모든 경우에 대해서 같은 해결책을 고려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언제나 재발할 수 있음을 알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요소수 대란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 대한 의도가 아닌, 중국 내 석탄 부족이 수출 통제 조치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는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자원 수출과 같이 자원을 무역 무기로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로 인한 전 세계적 반도체 부족처럼 국가의 외교나 정치 상황에 따라 대외적인 공급망에 타격이 가해지는 사례도 많다. 특히 현재의 신냉전 상황에서 서방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우리나라를 둘러싼 정세가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제1차 냉전 당시의 철의 장막*****과 같이 경제 교류의 배타적 단절이 없는 상황에서 탈냉전 시대의 세계화 기반 기조를 바탕으로 진영간 체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화약고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 지정학적 위치에도 앞으로의 공급망 대란을 훌륭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배기 가스 일부분을 냉각시켜 일반 공기와 함께 엔진의 연소실로 주입하여 질소 산화물의 발생량을 줄이는 장치.

 

디젤 미립자 필터**

디젤 엔진으로부터 발생한 매연의 미세먼지를 포집한 후 재생시켜 미세먼지의 발생량을 줄이는 장치.

하버-보슈법***

수소와 질소를 고온, 고압에서 촉매를 이용하여 합성하는 방법.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무역진흥 및 해외 투자 유치, 정부간 수출입 계약 등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철의 장막*****

냉전 시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으로 일어난 물리적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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