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박정민 기자
일러스트 | 박정민 기자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다. 아이는 그 세상에서 안전하고 사랑받는다는 믿음이 형성될 때 잘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듯, 완벽한 부모도 불가능하다. 부모는 어느 순간 감정 조절에 실패하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자식에게 나쁜 말을 하게 된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목숨까지 희생하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자식에게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저마다 비슷한 마음의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간다. 누군가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겪는 갈등의 크기가 작아서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삶을 뒤덮을 만큼 큰 갈등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육아 상담 예능 <금쪽같은 내 새끼>가 어린아이를 양육 중인 부모들뿐만 아니라 20·30세대의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큰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각각의 사연을 지닌 ‘금쪽이’의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 모두의 상처이고 우리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다 자란 것처럼 보이는 성인이 이 프로그램을 보며 위로받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육아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낸다. <카이스트신문>은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육아법의 문제를 알아보고 육아법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랑이란 이름의 강요

    많은 부모가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의 성적에 집착한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과 그로 인해 고생한 경험에 비추어, 자식에게는 다른 인생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에 자식을 통제하며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것이다. 그 마음 역시 사랑이며 부모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교육에 열을 올리지만, 그렇게 자란 자녀는 부모에게 상처받은 경험밖에 없다고 느끼게 된다. 여기서 부모는 사랑을 줬지만 자녀는 상처를 받은 모순이 드러난다. 이 모순은 부모가 주고 싶어 하는 사랑과 아이가 받고 싶어 하는 사랑 사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아이를 잘 이해함으로써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준다면 아이는 ‘마음의 충족감’을 얻고 큰 행복을 느낀다. 충족감을 얻은 기억으로 아이는 앞으로 고통과 아픔을 겪어나갈 힘이 생기고, 부모에게 조금 섭섭한 일이 생겼을 때도 잘 넘어갈 수 있다. 오은영 박사는 그의 저서 <오은영의 화해>에서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것보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지 고민하는 것보다 아이가 부모인 나에게 무엇을 원할지 고민해본다면 올바르고 성숙한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동 학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3명의 아이가 아동학대로 숨졌다. 지난해 10월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가 숨진 후 이른바 ‘정인이법’이 통과되며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지만,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리며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아동학대와 재학대 발생 건수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015년 11,751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증가했으며 재학대 건수 역시 1,591건에서 3,671건으로 늘어났다. 아이의 비명이 들려도 가족의 문제이니 간섭하지 않았던 예전과는 달리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수준과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이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아동이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신체적 학대 이외에도 정서적 학대를 겪는 피해 아동 역시 늘고 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정서적 학대로 규정한다.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나 행위가 아이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한다면 학대 행위로 인정하고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아동에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겁을 주는 행위, 아동을 멸시하는 말을 하거나 아동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시킨 경우, 아동 앞에서 친모를 폭행, 욕설, 간음하는 행위 등이 정서적 아동학대로 판정되었다. 하지만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학대보다 발견과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에 비해 처벌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학대를 받았다 하더라도 증거 수집에 어려움이 있으며 공포감으로 인해 학대 행위를 밝히기도 어렵고 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부모는 아이에게 생존의 기반이자 안전한 쉼터 같은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어린아이를 학대한다면 그 아이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할 뿐만 아니라 공격받았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지난 2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처벌 수위 향상만으로는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자녀 양육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와 확실하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모도 ‘금쪽이’였다

    오은영 박사가 ‘금쪽이’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루션을 진행하다 보면 숨겨져 있던 부모의 속마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본인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있던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같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자신의 자식에게는 같은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부모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어린아이를 어루만져주고 그 상처가 그들의 자식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한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식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는 부모도 있지만, 왜곡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부모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문제를 드러내고 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금쪽같은 내 새끼’는 틱 장애, 투렛 증후군, ADHD 등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했던 부모에게 아이를 잘 기르고 있다고 위로하고 현실적인 육아 방법을 제시한다. 이처럼 ‘금쪽이’뿐만 아니라 부모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솔루션을 통해 효과적인 육아법의 변화를 끌어내고 더욱 성숙한 육아 문화를 형성한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이는 부모가 없어도 바로 설 수 있지만, 사랑이 부족하거나 그 형태가 뒤틀렸을 경우에는 부모가 곁에 있어도 행복하지 않고 평생을 그 상처로 괴로워한다. 오은영 박사가 ‘금쪽이’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비슷한 상처를 지닌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며 뜨거운 응원을 얻고 있다. 또한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파생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성인의 상처와 심리를 폭넓게 다루며 우리의 상처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이 고통을 어떻게 다루며 살아가야 하는지 제시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와 ‘금쪽상담소’가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음속 어린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 대성 Korea.com

<2017-2019 아동학대사건판례집>, 김성규 외, 아동권리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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