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 100명 중 1명은 앓고 있는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이다. 이런 비율로 계산하면 국내에 약 50만명 내외의 환자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고, 그 환자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200만명 이상이 조현병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분명 조현병은 많은 사람이 관련되어 있는 병이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조현병은 만성적이고 치료 기간이 길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 기사가 조현병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이해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조현병의 정의

    인류는 수많은 질병들과 싸워왔고, 그러한 질병들을 대부분 정복하였다. 우리가 암을 유발하는 특정 세포들이 존재하는 상태를 암이라고 정의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질병에서는 볼 수 있거나 측정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이것들을 사용해 그 병을 정의하고 다른 질병과 구분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현병은 사정이 다르다. 분명 조현병 환자의 뇌 구조와 기능에 여러 가지 이상이 존재하지만 그 중 한 가지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조현병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결정적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조현병이 하나 이상의 질병들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따라서, 의사들은 조현병 이외 다른 병들에서 나타나는 일이 매우 드문 몇 가지 증상을 공식 진단 기준으로 사용한다.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긴장증 또는 명백하게 비정상적인 정신운동 행동, ‘음성’증상(예, 감퇴된 감정 표현 혹은 무의욕증)의 2가지 이상의 증상이 한 달 동안 혹은 상당 시간 동안 존재해야 한다. 또한, 업무, 대인 관계, 자기를 돌보는 기능의 상당한 저하가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있을 때는 조현병 의심 지수가 상당히 높아진다.

조현병의 원인

    파킨슨병, 다발경화증, 알츠하이머병이 뇌의 병인 것처럼 조현병도 뇌의 병이다. 우리가 그 사실을 아는 이유는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의 뇌의 구조와 기능에 생긴 이상들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조현병 환자의 뇌에서 가장 일관되게 보이는 구조적변화 는 뇌실 확장과 회백질 부피 감소이다. 1976년부터 100건이 훌쩍 넘는 연구들이 CT, MRI 같은 영상기술을 사용해 뇌실이 평균 약 26퍼센트 확장되고 회백질 부피가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이는 조현병의 병리학적 원인이 뇌 영역들 사이의 연결에 있다는 점점 커져가는 추측에 한층 더 힘을 실어준다.

    두 번째로, 신경심리학*적 결손은 조현병의 이상 중 특히 많은 연구가 진행된 부분이다. 조현병으로 기능이 손상되는 인지 유형은 주의, 특정 유형의 기억, 집행 기능(계획 세우기, 문제 해결, 추상화 등), 질병에 대한 인식까지 4가지이다. 또한, 조현병의 기억 결손은 단기 기억이나 작업기억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많은 환자가 세 가지 물체를 5분 동안 기억하는 일도 어려워한다. 반면 장기 기억은 대체로 온전히 유지되며, 발병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기억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신경학적 이상이 있다. 조현병 환자의 신경학적 이상은 19세기 중반부터 줄곧 관찰되어 왔다. 이러한 신경학적 이상은 ‘경성(hard)’ 징후와 ‘연성(soft)’징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무릎반사나 움겨잡기반사 등 대개 특정 뇌 영역의 기능이 손상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 ‘경성’ 신경학적 징후다. ‘연성’신경학적 징후는 이중 동시 자극 불능증(동시에 두 가지 촉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피부그림감각 불능증(누군가 손바닥에 숫자를 쓸 때 눈을 감은 채로는 무슨 숫자인지 알아차리지 못하 는 것), 신체의 좌우를 헷갈리는 것 등으로, 대개 뉴런 연결망의 기능 손상을 암시한다. 흔히, 조현병에서는 ‘연성’징후가 훨씬 더 흔하다.

    마지막으로, 전기적 이상이 있다. 뇌가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정보를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전기 자극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현병 환자 중 많은 이에게 이 과정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현병에서 여러 자극 입력에 의해 유발된 특수한 전기자극인 유발 전위의 이상이 발견되었다. 또한, 조현병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비정상적인 뇌파가 나타난다.

    이 외에도 조현병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위험 요인들도 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는 대표적인 몇 가지 원인들에 대해서만 주 로 살펴보았다.

조현병의 약물 치료

    약은 다른 많은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현병 치료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약이 조현병을 완치하지는 못하지만, 조현병의 증상들을 통제한다. 주로 조현병 치료에 쓰이는 약은 항정신병약물이라고 한다. 항정신병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입증된 사실이다. 특히 조현병의 망상이나 환각 같은 양성 증상에 대해 효과적이지만 음성 증상이나 인지 증상에 대해서는 효과가 적은 편이다. 평균적으로 처음 정신증 삽화**를 경험 한 환자 중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70퍼센트가 상당히 개선되었고, 20퍼센트는 최소한으로 개선되었으며, 10퍼센트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항정신병약물이 발견되기 전에는 많은 환자들이 거의 평생을 병원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환기해보면 굉장한 효과이다. 이렇듯 항정신병약물을 규칙적으로 복용한다면 재발과 재입원 확률이 현저히 감소한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에도 부작용이 존재한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항정신병약물 중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인 클로자핀은 종종 혈당 상승과 혈중 지질 증가까지 동반하는 체중증가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의사는 항정신병약물 치료를 시작할 때 환자의 기준 혈당을 측정해두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다.

    근래에 미국에서는 조현병의‘ 회복 모델(recovery model)’이 유행하고 있다. 이 모델에는 재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질수록 조현병 환자가 잘 살아갈 가능성도 커진다는 철학이 들어있다. 조현병 환자 중 일부는 시간제나 상근제로 일할 수 있고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가족에게 의지하거나,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에 의지해야만 한다. 아직까지도 조현병은 우리나라에 낯선 질병이기에 환자들에게 재활의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 수는 증가하는 추세인만큼 국내의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심경심리학*

심경심리학은 뇌를 비롯한 신경계가 인지 및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신경계의 부상이나 질병이 인지기능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정신증 삽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비정상적인 기분이 지속되는 양상을 ‘삽화’라고 한다. 이때, 감정이 고양된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조증 삽화와 감정이 저하된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우울 삽화처럼 정신질환을 통해 유발된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참고문헌

<조현병의 모든 것>, E. 풀러 토리,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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