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 『그림자꽃』

    김련희 씨는 남한 생활을 원해 탈북을 한 것이 아니었다. 평양시민이었던 그녀는 평범한 가정의 주부였다. 그녀가 북한의 특권층인 평양시민이었으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음을 그녀의 증언과 북한에서 그녀 가족의 생활을 담은 영상을 통해 알 수 있다. 2011년, 평양시민 김련희 씨는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중국의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로 식당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남한에 가서 단기간에 목돈을 벌고 돌아올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탈북을 결심했다. 뒤늦게 남한에 가지 않겠다고 해도 끝내 브로커에게 북한 여권을 돌려받지 못했다. 남한에 들어오자마자 북송을 요청했지만, 국가보안법은 억지로 김련희 씨의 국적을 남한으로 바꾸었다. 검찰은 그녀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법무부는 그녀를 보호관찰 대상자로 가둬 출국 금지로 묶어놨다.

    영화 ‘그림자꽃’은 의도치 않게 남한에서 생활하게 된 평양시민 김련희 씨가 경계인으로서 겪은 일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 김련희 씨에 대한 한국사회의 냉담한 반응, 북송을 원하는 그녀를 가로막는 사회적·법적 장애물, 이념의 대립을 벗어나 그녀가 가족과의 상봉을 원하는 모습 등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다뤄진다. 그녀는 종교단체의 도움을 받아 북송을 원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베트남 대사관에 망명 신청도 시도했다. 이런 그녀의 시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자회견장을 찾아와 ‘저 여자 보내지 말라고요’라고 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며 그녀에 관한 기사와 SNS 글에는 비난과 욕설이 줄곧 달리곤 했다. 법 또한 그녀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국가보안법 제6조 1항*은 7년 만에 여권을 발급받은 그녀의 중국행을 출국 금지 통지서를 통해 저지한다. 이러한 한국 사회, 법률의 냉담함을 담은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영화구성은 그녀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녀는 번번이 실패해도 매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꿈꿨다.

    ‘그림자꽃’의 이승준 감독은 이념의 갈등을 떠나 북한이탈주민 김련희 씨가 겪은 가족 이별의 슬픔과 고통에 주목했다. 가족과의 예기치 못한 이별 후 딸과 처음 통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북한에서 생활하는 남편과 딸이 김련희 씨를 그리워하며 생활하는 장면 등은 관람객들이 그녀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겪는 감정들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이승준 감독은 인터뷰에서 ‘북송 요구를 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로 비춰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며 ’딸을 가진 엄마가 가족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관람객들에게 당부했다. 관람객들의 평은 우호적이었다. 간혹 이념적인 관점에서 김련희 씨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도 존재했지만, 김련희 씨의 배경은 뒤로하고 경계인으로서,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있는 어머니로서 겪는 아픔에 공감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김련희 씨는 한시라도 빠르게 우호적인 남북관계가 형성되어 북한으로 갈 방안이 마련되길 고대한다. 그러나 영화 촬영 기간인 2015년~2018년의 초반에는 남북관계가 적대적이었던 탓에 김련희 씨는 여권도 발급받지 못하며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한국 사회의 불편한 관심을 받으며 살아간다. 과연 그녀를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맞을까? 영화 ‘그림자꽃’은 분단국가의 현실에 놓여있는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국가보안법 제6조 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 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 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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