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는 사진이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필름이나 CCD에 담아내면 사진이 된다. 사실 사진은 카메라만 있다면 누구나 찍을 수 있다. 이제 막 한글을 배운 어린아이부터 안경 없이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어르신까지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담아내는 순간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도 미세한 차이가 사진의 분위기를 바꾼다. 다시 말해서 사진은 의도를 담을 만한 수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사진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에서 의도를 담을 수 있는 요소는 너무 많다. 기본적으로 노출을 결정하는 셔터 스피드, 조리개, ISO가 있으며, 그 외에도 빛의 방향, 구도, 배치, 촬영 기법 등 수많은 요소가 하나의 사진에 반영될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은 공부가 필수인 예술이다.

    그런데 극적인 결과물을 만들고싶어 카메라를 사는 많은 사람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결과를 확인하면 실망하곤 한다. 설정 조작을 통한 자신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역시 비싼 카메라를 샀어야 해”라고 생각한다.

     카메라에 익숙해지고 후보정을 배워갈 무렵, 작업한 결과물을 친구에게 보여줬다. 그 친구는 “이건 장비 빨 이다. 나도 카메라가 있다면 저런 사진 찍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센서가 크고, 렌즈 교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장비는 스마트폰의 카메라이다. 카메라 앱을 켜는 순간 구도를 추천해 주고 터치 한 번으로 촬영 모드를 바꿀 수 있다. 촬영만 하면 화면의 정보를 분석해서 HDR, 색감 보정 등 여러 후보정 작업을 자동으로 해 준다. 카메라 수를 늘리면서 디지털 카메라의 고유 기능이라 불렸던 배경 흐림 효과도 자연스럽게 넣어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친구에게 이 사실 을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는 의도가 반영되는 요소가 제한적 이다. 단순히 예쁜 곳에서 예쁜 사진을 담아내려고 한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은 상황에도 의도대로 의미 있는 순간을 담고자 한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불리하다. 전자의 상황을 생각하고 말한 친구에게 후자의 상황을 바라는 내가 할 말은 동문서답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며 사진 동아리 선배의 SNS 소개 글이 떠올랐다. “예쁜 사람을 찍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장 예쁜 순 간을 담는 사진사이길”. 이 소개가 사진사가 가져야 할 신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진을 모르는 사람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진을 볼 때 장비에 대한 시기 대신 어떤 의도로 찍었을지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이제는 예쁜 사진 한 장을 봤을 때 왜 저 각도에서, 어떤 빛을 사용해서, 배치는 왜 저렇게 했는지 한 번쯤은 고민하고 사진사의 의도를 파악해보길 바란다. SNS를 통해 수많은 사진을 접하는 우리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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