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리영 학술부 기자
윤아리영 학술부 기자

    진부한 말이지만 카이스트 신문사에 수습기자로 들어왔을 때 처음으로 기사를 담당한 날 빈 용지를 보고 막막해하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때는 이 넓은 공간을 내 글로 채운다는 게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신문사 퇴직을 앞둔 마지막 기사를 쓰게 되네요. 기사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은 훨씬 짧아졌음에도 아직 글을 쓰는 일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재직 중 쓰는 마지막 기자수첩임에도 이렇게 식상한 제목과 진부한 첫 문장을 쓰는 이유는 이것이 제 가장 솔직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카이스트 신문사 기자로 여러 학기 활동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수습기자 시절 문화부 기자를 지망했던 이유는, 단지 책이나 영화를 많이 읽고 싶다는 이유 였습니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접하고 마냥 좋다라며 속으로 감탄하는 것과, 감탄하게 되는 이유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독자님들께 보다 정확하고 의미 있는 기사를 전달하기 위해 감독의 의도와 연출, 표현 기법 등을 예습하고 여러 차례 복습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학술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여러 교수님과 서면 및 대면 인터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정말 많은 교수님과 학생들이 연구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거듭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끝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눈부셔서, 막연히 대학원생이 되면 달라지겠지 생각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 다. 밤 늦게까지 밝은 카이스트 전경을 볼때마다 저도 그런 눈부신 사람들의 일원이 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곤합 니다.

    카이스트 신문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지만 저는 최근 카이스트 신문이 추구하는 방향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뉴스를 보거나 신문 기사를 읽을 때 소식 그 자체보단 해당 매체가 어떤 언어와 어떤 단어로 대중들에게 정보를 전달 하는지에 눈이 갑니다. 같은 정보더라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 지에 따라 언어는 정반대로 바뀐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어설프지만 글을 쓸 때 지켜야 한다는 나름의 가치관도 갖게 되었습니다. 아마 신문사 활동이 저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신문사를 나가지만, 카이스트 신문 활동이 앞으로도 더욱 활발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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