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개최됐다. 78억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하고자 한 이 회의는 개막 전부터 “인류의 운명을 가를”,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역사상 가장 중요한”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과 조명을 받았다.

    COP26 참가 인원은 전 세계 200여 개국 정상과 대표단을 포함해 약 4만여 명. 지난 1일 열린 COP26 특별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구종말 시계가 자정 1분 전”이라며 세계가 조속히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정상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사과하면서 기후위기를 “인간 존재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는 “향후 10년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기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모범을 보이겠다고 역설했다. COP26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의미한 다자간 합의를 도출했다. 대표적 예가 2030년까지 삼림파괴를 중단하고 토양회복에 힘쓰겠다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Declaration on Forest and Land Use)으로, 한국 등 105개국이 서명했다. 2030년까지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자는 행동조약인 ‘글로벌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도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COP26 직전에 열린 이탈리아 로마 G20 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 시점에 대한 합의 없이 “성과 없는 말잔치”에 그쳤다는 혹평이 쏟아진 데 이어 COP26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확산했다. 실제로 COP26은 공식 폐회일인 12일을 하루 넘길 정도로 최종 합의에 진통을 거듭했다. 일단 200여개 참가국은 만장일치로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t)을 채택해 석탄 발전·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감축,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적응 재원 2배 확충, 내년 말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재제출 등에 합의했다. COP 최초로 화석연료 감축을 명시했으나, 중국과 인도의 반대로 가장 중요한 목표로 지적된 석탄 사용 종식 합의에는 결국 실패했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은 합의를 발표하면서 “실망을 이해하지만 합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합의안에 대해 “오늘날 세계의 이익, 조건, 모순, 그리고 정치적 의지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중요한 전진이나 불행하게도 집단적인 정치적 의지는 심각한 모순을 극복하기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해 합의가 불충분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기후변화 취약국들은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는데, 피지 대표는 “모든 나라에 석탄 퇴출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10년 안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5%를 반드시 줄여야 하는데, 글래스고 합의에 따른다면 2.4도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중 간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오늘날 국제정치현실을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에 의미 있는 국제적 대책이 나오기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할 시민의 목소리와 행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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