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우리 학교는 새로운 행정문화 조성을 위한 거꾸로행정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이름처럼 기존 상식을 뒤엎는데, 이는 위원회의 구성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거꾸로행정워원회의 전체 위원의 과반수가 고위직이 아닌 MZ세대 일반 직원이다. 거꾸로행정위원회 박효은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거꾸로행정위원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목적과 하는 일

    거꾸로행정위원회는 ‘행정원 A 씨’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학교라는 뾰족한 위계질서로 점철된 곳에서 그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끌어내고자 한다.

    물론 아직 위원회가 설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뚜렷한 지향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직원 사회 내부에는 관습처럼 행해오던 많은 것들에 대해 고찰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KAIST 전반에는 교직원에 대한 구성원들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거꾸로행정위원회가 이광형 총장의 ‘거꾸로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는데, 거꾸로 철학이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라면 그 또한 이 총장이 의도한 바는 아닐 것이다.

    이 총장이 학교 조직도나 TV를 거꾸로 본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상징적인 행동일 거라고 생각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진짜 목표는 ’발상의 전환’인 것 같다. 뭐든지 하던 대로만 하면 ‘답습’일 뿐 개척은 할 수 없다. 우리 학교도 이제 세계 선진 대학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자가 되었으면 하는 강력한 바람이 깃든 철학일 것으로 추측한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 위원회 내에서 높은 자리를 맡아 생기는 문제나 불편함은 없나요?

    위계질서가 상당한 곳에서 낮은 직급의 직원이 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사회 통념상 상당히 발칙한 발상이다. 그래서 가끔 교수님들이나 높은 직급의 직원분들이 깍듯이 대우할 때는 다소 어색하고 민망할 때가 있다. 위원장으로서의 자아와 일반 직원으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아직 사회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높은 직급의 분들께서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더 많이 티가 날 것 같아서 부담이 많이 된다. 그렇지만 날 것의 모습 자체가 젊은 직원들을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굳이 꾸미거나 숨기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도 더 어린 학우분들이 보셨을 때는 ‘꼰대’의 일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후배가 선배를 가르치는 방식의 멘토링을 진행함에 있어 어려움은 없나요?

    거꾸로멘토링의 경우에는 후배 멘토가 선배 멘티의 눈치를 얼마만큼 보지 않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선배 멘티는 등산을 통해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친해지고 싶은데, 후배 멘토는 라탄 공예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면서 각자의 성취감을 느끼고 예쁜 결과물을 얻고 싶을 수도 있다.

    거꾸로멘토링은 ‘눈치 싸움’의 승자가 누구일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신구의 조합으로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결과물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멘토 3명, 멘티 1명으로 멘토링을 진행한다고 하였는데, 일반적인 멘토링에서는 멘티가 멘토보다 많지 않나요? 멘토가 더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거꾸로멘토링의 경우 선배가 후배의 멘토가 되어 가르치는 기존 멘토링과는 반대로, 젊은 후배 직원들이 선배인 처장, 부장, 팀장들의 멘토가 되는 관계이다. 따라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젊은 멘토들의 어려움과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멘토:멘티를 3:1 비율로 결정하게 되었다.

거꾸로행정위원회의 비전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궁금한 것은 대신 물어볼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면 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내 직원들(11개 팀)끼리 모였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고, 공인화된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나온 의견이기 때문에 쉽사리 무시당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거꾸로’행정위원회인 만큼 직접 질문을 하나 만들고 답변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박 위원장은 “Z세대 학생들이 바라는 교직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하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학생들이 주로 교직원들을 마주하는 곳은 학과 사무실이나 학생 관련 행정 부서일 것입니다. 학생들이 교직원 선생님들에 대해 혹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면, 친절하고 빠른 행정 서비스를 받았던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Z세대 학생들이라면 여기서 머물지 않고, 교직원 선생님들이 규정과 구태에 얽매여 있지 않고 학생들처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이길 원할 것 같습니다. 학생분들께서 바라는 교직원의 역할이 더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주시면 함께 건설적인 토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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