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이윤지, 이예림 기자       
일러스트 | 이윤지, 이예림 기자       
Yifei Liu 학우 제공
Yifei Liu 학우 제공

    때때로 한국인 학생들에 비해 적은 비율 탓에 그 존재가 가려지곤 하지만, 우리 학교에는 1천 명 정도의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국제 학생인 Yifei Liu 학우에게 국제 학생으로서 한국과 우리 학교에서의 경험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Yifei Liu이고, 중국에서 왔습니다. 새내기과정학부 21학번이고, 이번 학기가 KAIST에서는 두 번째 학기입니다. 지난 학기에는 중국에서 Zoom으로 수업을 들었고, 이번 학기에는 캠퍼스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Q. 한국에는 어떤 계기로 처음 오게 되셨나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해서 2015년에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K-pop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중학생 때부터 해왔는데요. 그렇게 한국 고등학교에 지원하여 합격해서 지금은 벌써 4년째 한국에 거주 중입니다.

Q.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정말 재미있는 국가라고 생각해요. 고유한 문화유산이 있고, 외국인을 사로잡는 즐길 거리도 많다고 느꼈어요. 어디를 가나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 호텔을 찾지 못해서 어떤 분께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영어를 잘하시진 않았지만, 휴대폰에 검색해가면서 어떻게 하면 호텔로 갈 수 있는지 친절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덕분에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첫인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Q. 한국 생활은 힘들지 않으셨나요?

    많은 국제 학생들이 음식 때문에 처음에 한국에 와서 어려움을 겪곤 하더라고요.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온 친구나 빵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에게는 한국에 와서 음식이라는 장벽을 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중국에서 와서 한국 요리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고, 덕분에 한국 생활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Q. KAIST에서의 국제 학생의 삶은 한국인 학생의 삶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저도 동의해요. 대부분의 대학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국제 학생으로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건 다른 국제 학생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는 조금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KAIST에는 국제 학생이 많아서, 언제 어디서나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은 참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본국을 떠나 생활을 한다는 점도 어려운 점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물론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가 아니고, KAIST 주변에서 중식당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중국인 친구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나 지난 학기는 중국에서 중국 사람들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내서 변화된 환경에 공허함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KAIST에 중국인 학생의 수가 그리 많지 않고, 특히나 현재 캠퍼스에 거주 중인 학부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정말 손에 꼽거든요.

Q. 국제 학생으로서 KAIST에서 마주치는 장벽은 없으셨나요?

    가장 큰 장벽은 역시나 언어 장벽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어요. 다만 KAIST 안에서는 그게 큰 문제가 되진 않았어요. 직원분들이 다들 친절하시고, 설령 제가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웃으면서 대해 주셨거든요.

    그런데 KAIST 밖으로 나가면 언어 장벽이 크게 작용하는 거 같아요. 3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였지만, 아직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한국어를 잘 못 한다는 사실에 상대가 화를 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종종 두렵기도 합니다. 사실 한국어 실력을 키우려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하는데, 때때로 그런 용기가 나지 않는 것 같아요.

    KAIST는 외국인 학부생들에게 <한국어1>부터 <한국어4>까지의 강의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가장 상위 과목인 <한국어4>조차도 학교 밖에서 마주하는 상황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KAIST 국제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한국어로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더 많은 강의를 개설해주면 좋겠어요.

Q. 고등학생 때부터 한국에서 지냈다고 하셨는데, 혹시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한국 생활에 변화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저는 부산에 있는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KSA)를 졸업했어요. 1~2학년 때는 선배로부터 “대학교 입시가 끝나면 매일같이 해운대와 서면으로 나가서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기대를 품곤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3학년이 되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더라고요. 겨울에 한국에 입국하면서 14일 자가격리 후 학교에 돌아와 보니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한국인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저희는 학교 밖을 나설 수 없었고, 이전에는 비교적 자유로웠던 배달 음식도 선생님의 허락을 받도록 바뀌었어요.

    학업 스트레스도 컸고, 모든 게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해서 불편했지만, 무엇보다도 더는 자유롭게 학교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바뀐 생활 패턴 탓에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고, 제게는 여러모로 힘든 한 해였습니다.

    물론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범유행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한국인 학생들과는 달리 국제 학생들은 집에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조금 더 힘든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Q. 학교나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비록 KAIST에서는 캠퍼스에서 생활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제 경험으로는 KSA와 KAIST의 교수님들 모두 국제 학생들을 배척하지 않고 친절히 대해주신다고 느꼈습니다. 국제 학생들이 한국인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주저하듯이 한국인 학생들도 먼저 다가오기를 주저하지만, 캠퍼스에서 한국인 학생들을 마주했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KAIST의 한국인 학생들도 좋은 친구들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늘 새로운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싶고, 이런 생각이 한국어를 연습해야겠다고 결심하는 동기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새로운 한국인 친구를 만나면 늘 결국엔 영어로 대화를 하게 되더라고요. 역시 언어를 배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Q. KAIST 학부 졸업 후에는 무엇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가고 싶어요. 제가 다니는 KAIST에는 훌륭한 자원이 많기에, 제가 공부를 계속하고자 하면 KAIST에서 계속 공부할 수도 있고요. KAIST의 몇몇 교수님께서 그러셨듯이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KAIST에서 따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것을 하며 지켜보고 싶어요.

Q. KAIST를 꿈꾸는 국제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국에는 KAIST가 잘 알려지지 않지만, KAIST를 아는 중국 사람들은 KAIST를 ‘한국의 MIT’라고 불러요. KAIST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강의 및 연구 수준 등을 고려해보면 과소평가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KAIST가 위치한 대전에는 서울이나 부산 같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 즐길 거리가 많지 않아서 아쉽긴 해요. 하지만 대전은, 한국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밤거리를 안전하게 거닐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안전한 도시입니다.

    그러니 KAIST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 끝에 KAIST에 오기로 생각하셨다면, 망설이지 말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KAIST에 오시면, 더 다양한 장점들을 발견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일러스트 | 이윤지, 이예림 기자       
일러스트 | 이윤지,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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