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자오 - <이터널스>

    지난 3일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이터널스>가 많은 관심을 받으며 개봉했다 .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히어로들의 승리로 마무리된 후, 마블 스튜디오가 새롭게 전개하기 시작한 이야기의 7번째 영화이다.

    <이터널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데비안츠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를 수천 년간 지켜온 히어로 집단 이터널스에 대한 내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터널스의 구성원 ‘이터널’은 인간처럼 생겼지만 외계에서 온 존재로, 고대 메소포타미아부터 현재의 런던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활약하며 인류 문명을 수호해 왔다. 영화는 오래전 격퇴하는 데 성공한 줄 알았던 데비안츠가 이터널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터널은 다양한 배경을 가졌다. 이터널에는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와 장애인도 있으며, 다양한 나이와 피부색을 가졌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배경도 다채롭다. 고대의 아테네와 바비론, 아즈텍 제국 등 다양한 시대와 지역이 배경으로 등장해 영화에 여러 빛깔을 더한다. 이처럼 이 영화는 다양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덕분에 다양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는데, 한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마동석 배우가 출연한 것도 하나의 볼거리이다. 마동석 배우는 길가메시의 배역을 맡았고, 작중에서 다른 이터널을 지키려고 하는 보호자의 모습이 부각된다. 특히 <범죄도시> 등에서 등장한 마동석 배우의 시그니처인 주먹 액션에 괴물이 나가떨어지는 장면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수많은 서사를 2시간 3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녹이기 위해 희생된 부분도 존재한다. 많은 사건이 지나가고 여러 인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로 인해 화려한 액션 장면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의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 회상을 여러 번 도입한 것도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충분히 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오락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터널스>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설정상 이터널스는 수천 년간 활약해온 히어로 집단이고, 그만큼 복잡한 배경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 길가메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몇몇 이터널의 이름은 신화나 전설에 나온 이름이기도 하다. 이런 부분은 영화 <이터널스>에 녹아 있는 깊이를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은 단순히 오락거리로 소모되지 않고 갈등과 고뇌의 원인이 되며, 관객을 이입하게 만든다. 이 모든 서사를 이어가는 과정은 좋든 나쁘든 기존의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없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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