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개봉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는 아직 오징어 게임 열풍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라서, 지난 핼러윈 파티나 각종 행사 및 광고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소재로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한국 문화 콘텐츠의 잠재력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함께 보여줍니다.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 주인공이 작중에서 겪는 다양한 부조리,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음에도 살기 위해 게임을 계속해야 했던 게임 참가자들의 모습.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단시간에 크나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오징어 게임이 드러내고자 한 주제 의식에 공감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확산으로 인해 아르바이트하던 학원 수업이 취소되어 생활비가 모자라던 때가 있었습니다. 행정복지센터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싶어 알아보던 중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 또래가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으로 지정되어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오히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인즉슨 부모에게 자녀를 부양할 여력이 있는 경우, 자녀의 소득이 일정 수준 미만이면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부정수급자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차원이겠죠.

    하지만 ‘정상 가족’을 상정하여 만들어놓은 저 단서 조항 때문에 정작 복지 혜택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은 사각지대에 놓여 배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지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복지 담당자분과의 상담을 통해 차상위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었지만, 이를 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때의 저보다 절실히 도움이 필요함에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사실, 비슷한 문제는 꽤 흔하게 발생합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희소병을 치료하다가 빚더미에 나앉는 경우도 있고, 고금리 사채에 허덕이는 데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오히려 구제 사업에서는 제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비슷한 맥락에서 계속 비판을 받아오다가 지난달 1일부로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정책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도 잊힌 집단이거나 사회적 소수 집단인 경우가 많아,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데 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미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끝났고, 후보자 대진표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정치권을 향한 다양한 요구와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이익 집단의 입김이나 표 계산에 따라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모습이 아닌,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모두가 잘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성숙하고 진중한 정치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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