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은 지난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함께 조명하며 ‘한국 콘텐츠가 세계를 뒤흔든다’, ‘한국 소프트파워 강국 된 비결은’, ‘전세계에 닥친 한국의 침공’ 등의 기사를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돌풍 현황과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에만 도취하지 말고, 왜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 열풍의 대상이 됐는지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공통적으로 이 시대의 암울한 단면인 부의 불평등 심화를 다루고 있다. 두 작품에 대한 열광과 공감은 부의 불평등이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함께 겪고 있는 문제임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 또한 ‘오징어 게임: 세계를 사로잡은 지옥 같은 호러쇼’라는 기사에서 “오징어 게임의 배경이 오늘날 한국의 상당히 실질적인 부의 불평등에 있다”며 이와 가까운 사례로 계급 갈등이 잔혹한 결론으로 이어진 영화 ‘기생충’을 거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우리나라의 소비불평등 추정 및 주요 특징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우리 사회의 소비불평등이 3.74배로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3.74배 돈을 더 많이 소비했다는 의미인데, 가구 소비가 소득이나 자산과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소비불평등 악화는 경제 전반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오징어 게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소득·자산분위별 가구당 부채 현황’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5.3%, 40%의 1.4% 부채 증가와 비교해 소득 하위 20%의 부채는 전년 대비 9% 가까이 늘었다. 

    한편 국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세계 2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세계의 걱정거리’(What Worries World) 10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자신이 속한 국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이는 9월보다 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 18개월 동안 1위를 유지한 코로나19를 밀어내고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이 1위에 복귀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현실에 기반한 것으로,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은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국가에서 동시에 불평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세금기록이 시작된 이후 처음 겪는 혼란”이라고 짚었다. 특히 억만장자의 자산은 9개월 만에 코로나19 이전 최고치를 회복한 반면, 세계 극빈층은 자산 회복에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1일 개막한 파리평화포럼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은 불평등 해소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격차가 점점 커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어떤 나라도 홀로 불평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가 연대해 이 거대한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당장 행동한다면, 극빈층의 빈곤은 10년 이상이 아니라 3년 안에 위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불평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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