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프로그래머'라고 했을 때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으로, 어떤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일지 결정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70개국 223편의 영화와 각종 이벤트 역시 프로그래머에 의해 선정되고 진행되었다. 본지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소개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서승희 프로그래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승희 프로그래머 제공
서승희 프로그래머 제공

공대생들에게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컴퓨터 앞에서 코딩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무엇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220편 정도의 영화를 상영했는데 이렇게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조율하는 것을 ‘프로그래밍’이라고 얘기합니다. 한국어로 ‘선정위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영화제에서 상영할 영화를 직접 선정하고, 섭외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한 작품과 그 행사 제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습니다.

    프로그래밍 업무에는 영화를 틀고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벤트 행사를 직접 책임지고 조율하며 프로그램을 짜는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된 레오 카락스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 한국 배우들의 액터스 하우스가 그 예시입니다.

    영화제마다 프로그래머의 성격이 다른데 칸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의 영화 프로그래머 제도는 커미티 제도로 운영됩니다. 커미티 제도의 경우에는 5명 정도로 이루어진 프로그래머가 같은 작품을 보고 서로 의견을 교환해서 작품을 선정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에는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지역별로 나뉘어 있어서 한 작품에 대한 모든 권한이 한 명의 프로그래머에게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동유럽과 북유럽을 제외한 유럽과 아프리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확인받지 않고 직접 영화를 선택해 섭외까지 진행해야 하므로 그 책임감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기 전에 하신 일은 무엇인가요?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하기 전에 영화진흥위원회 유럽 주재원으로 15년간 일했어요. 파리에 거주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공동 제작 영화가 있거나 영화 관련 세미나가 있으면 관련 업무를 맡았습니다. 혹은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같이 유럽의 큰 영화제에서 한국관 부스를 책임지고 한국 영화를 홍보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영화와 관련된 많은 사람을 알아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공부를 해서 출장이 있으면 일주일은 출장 업무를 보고 나머지 일주일은 영화를 보는 등 영화와 항상 가까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영상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화제가 협업을 통해 하는 행사라면 영화 번역은 영화 한 편과 홀로 대면하는 일이지요.. 한국 영화가 프랑스의 칸 영화제나 극장에 배급될 때 한국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일을 해서 홍상수 감독님 영화나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 번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어떤 계기로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되셨나요?

    프로그래머가 되고 보니까 영화와 항상 가까이 있을 수 있고 영화를 직접 선정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그동안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재원으로서 하던 업무와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영화제의 코디네이터를 맡기도 하고 씨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일을 하기도 했어요. 영화진흥위원회 행사 때 관계자들을 만나서 일을 추진해본 적도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모더레이터, VIP 코디네이터를 하는 등 국제 행사로서 15년간 항상 참여하곤 했었는데,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건 2019년 1월부터이고, 지금까지 3년째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제에 상영될 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처음과는 그 기준이 조금 달라졌어요. 2019년에는 40편 정도를 혼자 선정했어야 해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주로 선정했습니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작년부터는 관객 생각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영화를 선정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좋은 영화를 고르는 것입니다. 제가 봤을 때 좋은 영화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도 좋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가장 좋은 영화를 선정하려고 노력합니다. 두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관객이고, 세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관객 수를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의미 있는 영화를 고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올해 상영작 중 베니스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일 부코>라는 영화가 있어요. 일반 관객이 보기에 지루할 수는 있지만 의미가 깊은 영화인데, 완전히 작가주의적이거나 예술 영화로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질 때 관객 수와 상관없이 그걸 상영하는 것이 부산국제영화제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이 점을 마지막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관객이 영화제에서 기대하는 영화들이 있는데요, 이를테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나 유명한 감독의 영화 같은 경우 관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넣고 있습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로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은 두 가지 정도가 있어요. 먼저, 영화제라는 행사는 열흘간의 이벤트를 위해 1년을 일하는 작업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관객, 감독과 직접 만나서 영화에 또 다른 생명력이 부여될 때 가장 보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관객이 좋아하고 질문하고, 감독님이 질문에 답하는 그 시간이 가장 기분 좋은 순간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오시는 감독님들께서 관객의 질문 수준이 높다는 점에 항상 놀라워하세요. 관객들이 영화를 세심히 잘 봐준 것 같아 기뻐하시기 때문에 영화를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계획한 저 역시 그런 순간이 가장 기쁘게 느껴집니다. 또 어떤 때에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감사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좋았어요.’ 이런 반응이 돌아올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 역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글로리아를 위하여>라는 프랑스 영화의 감독님 같은 경우에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이후로 개봉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영화가 알려지고 결국 개봉하게 되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레오 카락스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서승희 프로그래머가 사회를 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레오 카락스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서승희 프로그래머가 사회를 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렇다면 영화제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굉장히 많지만, 제가 원하는 영화가 섭외되지 않을 때가 아무래도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요즘 같은 경우에 극장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가 좋은 영화를 보고 선정하려고 해도 전부 선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수입한 수입사의 개봉 일정과 안 맞거나 수입이 안 된 영화라고 해도 영화를 다른 영화제에 먼저 소개하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이 가장 힘듭니다.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영화가 알려지고 결국 개봉하게 되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체력적인 부분이 힘들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제 스태프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일 텐데요, 영화제가 가까워질수록 할 일이 정말 많아지고, 한 달 전부터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지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굉장히 높아집니다. 한 달에 할 수 있는 일을 석 달에 나눠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영화제는 열흘간의 축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죠. 그래서 영화제가 끝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한 몇 주간의 회복기간이 필요합니다.

영화제가 끝나면 주로 무슨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10월은 여유가 있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제가 한 일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저에게 영화를 준 배급사나 도움을 주신 영화진흥위원회 분들께 감사장을 보내요. 그분들 없이는 우리 영화제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감사의 마음으로 편지나 선물을 보냅니다. 업무적으로는 정산 처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원래 시네필(영화팬)이어서 영화제 기간 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를 봅니다. 영화제 준비 기간에는 제 권역에 있는 영화만 보게 되므로 영화제 끝나고 <라스트 듀얼>, <듄>을 봤고 어제(10월 29일)는 <아네트>를 봤어요. 칸 개막식 때 한 번 봤지만, 그 후에 다시 볼 기회가 없어서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었어요. 다른 분들도 이 영화는 꼭 보시길 추천해 드려요. 그리고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선정한 영화 중에서 궁금했던 영화를 보는 등 쉴 때도 영화를 계속 보고 있습니다.

영화제 업무가 어떤 주기로 진행되나요?

    11월 초에는 다음 영화제를 위한 예산을 짜고 올해 영화제를 돌아보는 보고서를 씁니다. 올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고 내년 영화제에 더 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굉장히 자세하게 쓰는 편입니다. 12월 중순에는 종무식이 있고 다음 영화제 준비는 연초부터 이뤄진다고 할 수 있어요. 1월에는 그 해에 어떤 영화가 나올지 검색하고 배급사를 찾아요. 2월 말 베를린 영화제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됩니다. 베를린 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사이의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베를린에서 소개된 영화를 아시아 프리미어 혹은 코리아 프리미어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많이 섭외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때 다른 해외 배급사나 주요 관계자와 미팅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링크를 받거나 배급사가 봐달라고 요청하는 영화를 보기도 해요.

    5월부터는 영화선정이 이뤄지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일정이 5월 칸 영화제 출장이에요. 그리고 모든 선정이 8월 내에 끝나야 해서 9월에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에 갈 영화까지 미리 보느라 많이 바빠집니다. 이렇게 베를린 영화제부터 시작해서 노트르담 영화제, 칸 영화제 출장을 다녀오고 로카르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의 경우 미리 링크를 받아서 영화를 보고 공식적으로 들어온 서브미션 영화도 봐야 해서 4월부터 8월 초까지 굉장히 바쁘게 영화 선정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저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독일 등 동유럽을 제외한 유럽 권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각 나라의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프라이빗 스크린을 열어주기 때문에 6월과 7월에는 한 달에 몇백 편의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8월 초에 모든 영화의 선정이 마무리되면, 프린트나 시나리오 같은 각종 자료를 가져오는 업무를 진행해요.

한 인터뷰에서 영화제에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으로 <레 미제라블>의 감독과 3,000여 명의 관객이 만난 순간을 말씀해주셨는데,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번에 <아네트>의 레오 카락스 감독님이 직접 오셨어요. 굉장히 유명하신 감독님이고 저도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봤을 때 이 영화에 반해서 영화 공부를 하고자 결심했습니다. 감독님이 못 오실 뻔하시다가 다행히 오실 수 있게 되어서 두 번의 관객과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셨어요. 감독님이 피곤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관객과의 대화, 마스터 클래스, 기자회견 등 모든 일정에 다 참여해주셨어요. 감독들이 <아네트>를 보고 레오 카락스 감독님께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고, 레오 카락스 감독님 이외에도 저희가 자가격리 면제를 신청해서 많은 감독님께서 직접 부산국제영화제에 오실 수 있었어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영화를 제작하신 감독님과 관객이 만나는 순간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칸영화제 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혼자 출장을 가셔서 힘든 일정을 소화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래머님께서 보여주시는 영화에 대한 열정, 라인업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2021 부산국제영화제 자랑을 할 수 있다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요?

    유럽의 영화 중심은 프랑스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2020년에 칸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영화가 다른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고 칸 영화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유럽 권역의 영화에 좋은 작품이 매우 많았고, <베네데타>, <프랑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티탄> 등이 그런 영화에 속합니다. 그리고 마르코 벨로치오 같은 이탈리아의 거장 감독들도 칸에 오셨기 때문에 시네필로서 굉장히 설레는 출장이었어요. 2년 만에 열린 칸 영화제로 인해서 이번에 그 어느 해보다 라인업이 더 풍성하고 화려했는데 그런 영화를 섭외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할 수 있어서 자부심이 있습니다.

    사실 칸 영화제에 갈 때만 하더라도 원래 칸영화제가 열리는 5월에서 2개월 늦춰진 7월이었고, 백신을 맞았지만, 유럽의 상황도 안 좋아서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데 좋은 영화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까 그런 무서움까지 잊을 정도로 행복한 출장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칸에서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고 섭외가 불발될 뻔한 기억이 떠오르기도 해서 출장 이후에 유튜브에 올릴 인터뷰 영상을 찍을 때 저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자랑할 만한 것을 얘기하자면, 사실 관객들이 영화를 모여 보는 자체가 감동이었어요. 라인업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앙상블로 모여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다시 환기하고 만들었다면 이번 영화제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산업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승희 프로그래머님께서 생각하시는 영화제의 의미 혹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로 영화산업에 매우 많은 변화가 찾아왔어요. VOD로 영화를 감상하는 비중이 늘었는데 그럴수록 영화제의 존재가 더 중요해지고 다 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고 관객과 감독이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이후로 저 자신조차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영화제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라는 자문은 출장도 다녀오고 부산국제영화제도 진행하면서 사라지게 되었어요. 집에서 보면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에 끄기도 하고 다른 일도 많이 하게 되잖아요. 작품과 그 작품을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해준다는 점, 그리고 한 편의 영화에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영화제의 존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영화제의 역할이자 영화제의 국가 대표 격인 부산국제영화제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영화를 사랑해야 합니다. 많은 영화를 봐야 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기 때문에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체력이 필요한데요, 제 경우에도 체력이 부족해서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외국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니까 외국어 실력이 갖추어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저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만큼 유럽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유럽에서 놀라웠던 것은 사람들이 자기 분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도 미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많은 소설을 읽었고, 과학자인데도 피아노를 잘 치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다른 공연이나 전시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분들도 좋은 영화를 몇 편 보다 보면 분명 영화에 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더라도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접해보시고 평생 영화를 친구처럼 생각하면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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