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명) Crystal Capillary Origami Capsule with Self-Assembled Nanostructures - <Nanoscale>

소금이 과포화된 이멀젼 액적의 증발로 인해 액적 계면에서 결정화되어 가는 모습가장 작은 액적의 경우 모세관력이 더 강하여 계면을 따라 결정이 잘 자라 구형에 더 가까운 형태로 결정화된다.김형수 교수 제공
소금이 과포화된 이멀젼 액적의 증발로 인해 액적 계면에서 결정화되어 가는 모습
가장 작은 액적의 경우 모세관력이 더 강하여 계면을 따라 결정이 잘 자라 구형에 더 가까운 형태로 결정화된다.
김형수 교수 제공

    우리 학교의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와 박광석 박사과정의 연구가 지난 9월 영국왕립화학회의 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염이 결정화되는 과정을 활용하여 액체의 표면장력을 제어해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구형 캡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보여, 향후 체내에서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염 결정을 박막으로 쓰다

    액체의 표면에서는 표면장력이 작용한다. 이 힘은 액체의 표면적을 최대한 작게 하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이 힘을 이용하면 모세관 오리가미(capillary origami)라는 현상을 만들 수 있다. ‘오리가미’는 일본어로 종이접기라는 뜻이며, 그 이름처럼 모세관 오리가미 기술은 특별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유연한 2차원 면을 액체와 접촉시켰을 때 3차원 모양으로 면이 스스로 종이접기를 하듯이 접히며 자가조립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에는 원초적인 문제가 있는데, 면과 면이 맞닿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하고 불연속적인 모양을 갖기 때문에 완전한 구형의 구조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는 결정 모세관 오리가미 캡슐(crystal capillary origami capsule)을 통해 위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염을 녹인 수용액으로 이루어진 미세 액적이 증발하면 액적 내부의 염이 결정화되며 지속적으로 자라는데, 이 결정이 액적의 표면을 덮으며 완전한 구 형태로 자가조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세 액적이란 수백 나노미터에서 수 마이크로미터로 아주 작은 물방울을 뜻하며, 이렇게 작은 크기 덕분에 표면장력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여 구형으로 결정이 휘어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 덕분에 기존의 모세관 오리가미와 다르게 자가조립 캡슐을 만드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처리되며, 미리 특별한 모양으로 면을 디자인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염은 액적을 감쌀 수 있는 얇은 막 형태가 아니라 정육각형 형태의 결정을 가진다. 대표적으로 염화나트륨이 정육각형 모양의 결정을 가진 염이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우연한 발견이었다며, 다른 목적의 연구를 진행하던 중 프로피온산칼슘의 결정이 얇은 박막을 형성하는 것을 보고 이 효과를 극대화시켜 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판형 결정구조를 가진 염들 중 변형에 저항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값인 영률이 낮은 물질을 골라 실험을 진행한 끝에 위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염으로 캡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

    연구팀은 수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 캡슐을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답했다. 한편, 현재로서는 형성된 액적의 표면을 감싸는 막의 두께가 얼마인지 이론적인 모델을 제시하였지만 실제 값을 측정하지 못했고, 이를 위해 고체역학 전문인 교수와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 사고와 노력이 중요해

    이번 연구는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이 다양하다. 캡슐의 표면은 염 결정으로 이루어져 물에 취약하기 때문에, 체내로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약물을 캡슐에 가둬 이송시킨 뒤 물이 많은 환경에 노출되면 캡슐은 사라지고 약물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외에도 캡슐이 물에 잘 녹는 특성을 활용하여 식품 산업 등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재미있는 발견과 인상 깊은 연구는 열린 사고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완성되어진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평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면 생각지도 못한 재미난 결과들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도전하다 보면 모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말을 남겼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