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톰슨 - <필로소피 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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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이름만 아는 철학자들이 고대 그리스 용어를 사용해가며 토론하는 난해하고 복잡한 학문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모든 사상은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필로소피 랩>의 저자이자 옥스퍼드의 철학 교수인 조니 톰슨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문에 철학자들의 입을 빌려 답변한다. 윤리 문제뿐만 아니라, 예술, 종교, 문학, 일상, 정치와 경제 등 넓은 영역에 걸쳐 130여 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두 페이지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 철학자들이 먼저 고민했던 질문과 그 답을 연결해준다.

    이를테면 저자는 마블의 빌런인 타노스의 딜레마를 트롤리 문제로 설명한다. 인피니티 스톤을 이용해 우주의 절반을 제거하느냐, 모든 생명체가 유한한 자원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볼 것이냐는 타노스의 질문은 폭주하는 기관차의 방향을 바꾸어 한 사람을 치어 죽일지, 그대로 다섯 명이 치어 죽게 할지 택하는 트롤리 문제와 비슷하다. 딜레마를 처음 제시한 필리파 풋은 ‘이중 효과 원칙’을 딜레마의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처음 언급한 이 원칙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나쁜 결과를 의도했다면 옳지 않으나, 나쁜 결과가 예견되었음에도 그 행동을 피할 수 없었다면 허용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풋의 관점에서 보면 타노스의 행동은 옳지 않다. 우주의 절반을 파괴한다는 나쁜 결과를 의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중 효과 원칙이 트롤리 문제의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배고픈 늑대가 수많은 어린아이를 잡아먹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면, 의도적으로 늑대의 죽음이라는 나쁜 결과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타노스의 행동은 옳은가, 옳지 않은가? 이렇게 질문에 답변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철학이다.

    물론 유명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마르크스, 데카르트, 칸트의 사상 역시 충분히 다루고 있다. 동양의 사상가인 공자와 손자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19세기의 소설가 메리 셸리의 작품인 <프랑켄슈타인>에서 과학자의 윤리를 다루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현재 자율주행차의 윤리 문제에 등장하는 트롤리 딜레마까지, 철학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질문에 평생을 바쳐 사고해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철학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필로소피 랩>은 철학 입문서이자, 철학에 실용적인 접근을 시도한 책이기도 하다. 독자는 단순히 철학자의 사상을 깨우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철학적인 질문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철학이 공감 가는 학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고한 상아탑 위의 학문이 아니라, 통근버스와 카페, 거실처럼 삶과 인접한 곳에서 어디에나 함께하는 학문 말이다. 철학이 어렵다고 생각했다면 철학 연구소 <필로소피 랩>에 방문해보자. 일상 속에서 마주했던 의문이 철학자들이 가졌던 질문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어쩌면 철학자들이 골몰했던 답이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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