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인류의 역사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왜 운동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운동은 뇌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를 위해 운동을 포기하는데, 사실 적절한 운동은 공부에 매우 이롭다. 본 기사에서는 특히 운동과 집중력에 중점을 둘 것이다.

멀티태스킹이란?

    멀티태스킹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생각보다도 우리 모두에게는 대체로 이런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을 의식하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의식함과 동시에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2010년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에서 진행되었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는 한 번에 최대 두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다. 피실험자들에게 제공된 철자를 이용해 두 개의 연속적인 단어를 만들게 했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하였다. 철자가 모두 대문자나 소문자로 통일되어 있어 좌뇌와 우뇌가 전두엽에서 뒤쪽으로 명령을 단순히 전달했다. 반면, 대문자와 소문자를 섞자 ‘단어를 만드는 일’과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별하는 일’을 동시에 해 두뇌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좌뇌와 우뇌의 전두엽 피질이 각자 하나의 일을 맡아 따로 진행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두 활동을 조화시키는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각 작업을 기억했다가 뇌가 순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인지적 통제를 통한 멀티태스킹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인지적 통제, 또는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s)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행동에 대한 인지 조절이 필요한 일련의 인지 처리 과정을 말한다. 우리가 어떤 목표를 이루려 할 때, 목표 달성에 중요한 정보와 아닌 것을 선별한다.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하는 집행 기능은 세 가지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정보가 중요한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작업 기억, 즉 감각 기억을 직접 처리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은 유연한 사고와 관련 있다. 첫 번째 과정은 뇌의 하부 전두엽에 위치한 하측 전두 접합부(Inferior frontal junction, IFJ)에서 일어나는데, 선택적 주의력 영역에 속하는 억제 통제이다. 몇 브로트만 영역, 즉 대뇌피질을 기능적으로 나눈 영역이 여기서 교차하여 우리 목표에 중요한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배열한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오른쪽 배외측 전전두피질, 전두엽의 앞 부분을 덮고 있는 대뇌 피질에서 두 번째 과정, 작업 기억이 수행되며, 마지막 과정에서 통제력에 대해 관여한다. 복외측 전전두피질에서는 운동행위를 제지하거나 막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초록 불이 되어 길을 건너려고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어떤 차량이 지나가려고 한다. 하측 전두 접합부에서는 길을 건너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이고, 복외측 전전두피질에서는 건너려고 했던 행위를 막을 것이다.

운동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운동이 멀티태스킹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연구자들은 근적외선 분광법(Near Infrared Analysis, NIRS)을 이용했다. 근적외선 분광법은 가시광선과 중간 적외선 사이의 파장대역인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이용한 분석법이다. 이를 통해 운동할 때 대뇌피질에서 어떤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80km의 거리를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므로 속도 유지에 사고와 행동을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운동을 할 때 ‘정신적 노력’을 한다. 그러기 위해 다른 생각이나 지각은 모두 제쳐두어야 하는데, 차단 상태로 운동을 하다 보면 차단 상태까지 인지하며 주변 환경을 보기도 한다. 즉, 육체적 활동의 지속적인 유지에 필요한 정신적 노력이 운동을 하며 나타나고, 이렇게 나타나는 부분이 멀티태스킹 영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니스 대학의 연구진들은 실제로 이를 확인하였다. 차단은 정신적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멀티태스킹을 담당하는 영역이 쉬게 한다. 여러 연구로 증명되었듯, 운동은 머리를 비워줌과 동시에 사람을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를 밝히기 위해 산소 함량이 높은 대뇌피질의 혈액을 조사해본 결과, 멀티 태스킹을 위한 네트워크는 차단되지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작동된 것을 확인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뇌가 특정 작업에 집중할 때 활동이 감소했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멍 때릴 때이다. 이 네트워크는 해마와 강력하게 연결된 대뇌피질의 여러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휴식 모드에서는 이 모든 영역이 고도로 활성화되며, 정보 교환 또한 활발해진다. 이 때문에 운동을 하면 생각이 비워지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집중력과 선택적 주의

    우리는 때때로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때 어떻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집중력을 측정하는 방법, 에릭센 플랭커 검사(Eriksen Flanker test)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다섯 개의 화살표 중 가운데 화살표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최대한 빨리 표시하는 것이다. 예시로 <<<>>라면 <를, >><>>라면 <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 정보들 중 일부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무시하기 위해서는 뇌가 관련 없는 정보를 차단해야 하고, 이를 선택적 주의라고 한다. 여러 연구에서 운동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에 에릭센플랭커 검사를 진행했을 때, 운동이 선택적 주의와 집중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였다.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다른 실험을 진행했는데, 한 집단은 규칙적으로 만나 러닝머신에서 걷도록 했고, 다른 집단은 스트레칭을 하게 하였다. 걷기 운동은 숨이 차는 반면, 스트레칭은 그렇지 않았다. 6개월 동안 이를 반복한 후, 에릭센 플랭커 검사를 다시 진행했을 때, 걷기 운동을 한 집단이 스트레칭을 한 집단보다 결과가 더 좋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운동이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나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집중력과 도파민의 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

운동과 집중력, 그리고 보상체계

    신체활동과 집중력 사이의 연관성은 뇌의 보상체계에서 시작된다. ‘보상 중추’라고도 하는 중격의지핵은 우리의 행동을 이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등의 행동은 중격의지핵에서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뇌세포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그 행동을 반복하고 싶어진다. 나아가, 보상 없이는 집중력도 낮아지게 된다. 보상체계의 목적은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집중력에도 영향을 준다. 중격의지핵은 항상 활성화되어 있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계속 이어갈 만한지 판단을 해준다. 현재 하는 일이 충분히 도파민 수치를 올려주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찾는 식이다. 운동할수록, 그리고 격렬할수록 도파민 수치도 더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분비되는 도파민도 많아지며, 운동할 때마다 뇌에서 올리는 도파민 수치가 점점 증가한다. 따라서, 운동을 할수록 집중력이 좋아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운동을 통해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중 몇은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데, 이에는 운동 직후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는 운동을 오랜 기간 지속할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본 기사에서는 뇌와 집중력의 관계를 조명했지만,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기억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일러스트 | 이윤지 기자

참고문헌
<유쾌한 운동의 뇌 과학>, 마누엘라 마케도니아, 해리북스
<뇌는 달리고 싶다>, 안데르스 한센,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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