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의 인생은 한치 앞을 모른다고 한다. 1년전 학과 선택을 앞둔 나의 모습이 그랬다. 계획대로였다면, 기계공학 주전공에 전기전자 복전을 하는 학생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 쯤, 학부생 전체에게 메일 하나가 전송되었다. “융합인재학부, KAIST 속 작은 교육혁명!” 사실, 융합기초학부 덕분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융합인재학부는 나의 마음속을 파고 들어왔다.

    융합인재학부(이하 융인부)는 올해 새로이 출발한 신생 학과이다. 융합기초학부를 전신으로 가지고는 있지만, 융합기초학부의 실패를 바탕으로 학과 정책을 주춧돌부터 다시 쌓아 올려 완전히 다른 학과로 탈바꿈 하였다. 융인부의 특징은 (1) 모든 학과의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개인별 교육과정, (2) KAIST 교수들의 1:1 멘토링, (3) 타과 전공 학생들과 경쟁하더라도 주저하지 않도록 전 교과목 성적을 S/U로 부여, (4) 강독 수업과 프로젝트 수업이다.

    앞서 나열한 융인부의 특징들이 내가 진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이다. 우선 S/U 성적 부여가 주요했다. 나는 시험용 공부가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실력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융인부가 매력적이었다. 동일선상으로, 3년동안 총 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나의 실력을 성적이 아닌 포트폴리오로 보여줄 수 있게 된다. 강독 수업에서는 100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지난 수천 년간 인간이 이룩해 온 지적 성취의 지형도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지도교수님의 1:1 멘토링을 통해 나의 대학 생활 그림을 그릴 수 있는게 매력적이었다.

    1년간의 융인부 생활이 끝나간다. 지금 돌아보자면, 융인부에서의 삶은 기대보다 만족스럽다. 초창기 멤버의 특성상, 학과 정책이 하나씩 확정되고 있어서 불안전한 모습들도 있다. 그러나, 융인부에서 소중한 경험들을 얻었다. 원하던 지도 교수님과 개별연구 뿐만 아니라 학부생 참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인턴은 프로젝트 수업에서 1학기 때 얻어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원하였고, 선발되었다. 올해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고,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그런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2학년인데도 인턴쉽을 하고 있다. 물론, 강독 수업에서 인간, 철학, 역사 등 인문학적 지식을 쌓아가는 재미도 얻어가고 있다.

    “내가 지금 한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그것들을 어떻게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그 점들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우연히 읽게 된 융인부 설명회 메일. 우연히 읽게 되는 강독 수업의 책.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우연히 새로 배우게 되는 개발 언어. 그 언어를 기반으로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인턴쉽. 우연히 진학한 융인부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는 활동들을 했고,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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