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포용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일반적으로 포용(inclusion)은 배제(exclusion)와 대비되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학계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 차원에서 포용성이라는 개념을 포용도시, 포용사회, 포용적 성장 등 다양한 정책 패러다임으로 발전시키면서 현대사회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예컨대 유엔해비타트(UN-Habitat)는 포용도시에 대해 “모든 사람이 재산, 성별, 연령,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도시가 제공해야 할 기회에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곳”이라 정의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10월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함께 자유를 누리며 번영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포용도시 전문가인 박인권 서울시립대 교수는 포용도시가 오늘날 주목받는 배경에 현대사회 도시의 핵심 문제인 ‘사회적 배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에 따라 빈곤층뿐만 아니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이주여성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회와 편익들,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제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아울러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 확대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기회의 평등과 다양한 사회 정책 도입을 통한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495호 특집기사를 통해 교내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전했다. 기사를 통해 캠퍼스에 성적 정체성이 다양한 구성원들이 살아가고 있으나, 소수자들이 혐오, 차별, 불편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고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으로 인해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내에서는 2017년 출범한 부총장 직속 자문기구인 포용성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포용성위원회 위원장인 류석영 전산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위원회에 대해 “우리 학교를 조금 더 안전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구성원의 필요에 의해 시작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학교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포용적 문화를 조성하고, 폭력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5년차에 접어드는 포용성위원회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앞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처럼 진정한 ‘포용적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포용성위원회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그리고 교내 구성원들 또한 “성소수자는 남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그들로 하여금 “두려운 마음이 사라질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는” 포용적 캠퍼스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