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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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에서 대마는 아주 오래된 작물이다. 세계 문명의 근원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 대마를 재배하기 시작한 후, 대마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어디에서나 재배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예전부터 대마를 사용한 흔적이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 대마에 관한 신체적, 사회적 유해성에 관한 논쟁이 존재한다. 과연 대마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대마 역사와 현황

    우리의 선조들이 최초로 설립한 나라 고조선에서 이미 대마 섬유를 사용한 흔적이 있다. 대마는 통칭 ‘마’, ‘삼’, ‘삼베’ 등의 이름인 섬유로 불렸고, 고조선의 유물에 마끈과 마직물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대마가 중국을 거쳐 일찌감치 우리의 선조에게까지 전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 경덕여왕 18년에는 삼베를 관장하는 중앙 부서가 존재하였다. 이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대마로 만든 직물은 의생활을 주도해 왔다. 고려시대 목화가 도입되고 확산되면서 면섬유가 의생활을 주도하였지만, 이후에도 대마포는 특히 여름철에 선조들의 의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왔다. 즉 대마의 다양한 기능에 비해 과거 우리나라는 극히 제한적인 용도로만 사용해왔다.

 

산업용 대마와 대마초용 대마

    대마는 단일 종이지만 재배 방법이나 용도, 함유 성분에 따라 산업용 대마와 대마초용 대마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거나 재배되는 대마에는 도취를 일으키는, 데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이하 THC)이라는 특별한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을 이유로 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마를 불법화하여 단속하고 처벌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대마에서 THC 성분을 아예 제거하거나 극미량만 함유하는 품종을 개발했다. 이렇게 생산된 대마는 오직 산업 용도로만 사용된다. 산업용 대마로 등록된 품종 이외의, 자연 상태의 대마나 THC 함량을 높여 개발한 품종은 모두 대마초용 대마라고 할 수 있다.

 

대마초의 향정신성 메커니즘

    대마에는 약 480가지의 천연 화학성분이 들어 있다. 대마에는 특히 칸나비노이드라고 하는 100여 종의 화학성분이 들어 있고, 이는 다른 식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대마만의 특징이다. 이 칸나비노이드 중에서도 THC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일하게 도취 작용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성분이다.

    대마초를 흡연하면 대마초 연기와 함께 THC 성분이 기관지를 거쳐 폐로 들어간다. 폐로 들어간 THC는 즉각적으로 혈류에 유입되어 뇌를 비롯한 신체 각 기관으로 운반된다. 뇌로 들어간 THC는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와 결합한다.

    뇌 속의 칸나비노이드 수용체는 특히 대마초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정신 활동을 관장하는 부분, 즉 복잡한 생각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기억과 관련된 해마, 운동을 담당하는 기저핵은 물론,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핵 등에 몰려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뇌에서 THC 수용체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부위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호흡과 혈압을 조절하는 등 자율신경을 담당하는 뇌간이다. 이는 대마초가 인체에 미치는 독성이 놀랍도록 낮은 이유이다.

 

대마초를 피운 후의 반응과 THC 농도

    대마초의 효과는 THC가 뇌의 수용체에 들어오자마자 나타나기 시작한다. 몇 분 내에 느낌이 오기 시작해서 10~30분이면 정점인 도취상태에 이르고 더욱 고양되면 취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영향은 길게는 3시간, 짧게는 1시간 정도 지속된다.

    전문가들은 THC가 작용하는 단계를 6단계(buzz, mild high, very high, mild stoned, very stoned, stoned stoned)로 세분화한다. 이에 따른 신체적 반응으로는 먼저 심장 박동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입이 건조해지고 갈증이 나고 식욕이 증가한다. 혈압이 낮아지고 손의 떨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근육 이완으로 나른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며 추위를 약간 느끼기도 한다.

    한편으로 THC가 뇌의 수용체에 들어가면 행복감 또는 도취감을 느끼는데, 이는 뇌세포를 자극하여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발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마초를 사용하면 대체로 행복감과 함께 음과 색에 대한 증강된 감성, 시간 감각의 느슨함 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도취감은 사라지고 졸음과 침울함을 느끼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안, 걱정, 두려움, 의심, 공황 증세를 느낄 수 있다.

    대마초의 사용은 때때로 기억력, 주의력 전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또한 THC는 자세, 균형감각, 운동능력, 반응 속도 등에도 악영향을 느낀다. 또한 과다하게 복용하면 환상, 환각을 느끼거나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의약품으로서의 대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마와 대마초의 직접적인 사용을 금지하는 동안에도 대마에서 치료 물질을 추출하거나 대마의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약품으로 개발하고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마의 THC와 칸나비디올*(이하 CBD)은 많은 질병을 치료하는 귀한 물질이다. 이를 활용하여 미국의 솔베이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알약 마리놀은 THC 성분을 합성한 약으로 에이즈로 인한 체중 감소와 암 환자의 화학적 치료 후의 구토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독일에서 개발한 칸나도르라는 약은 THC와 CBD 함량 비율이 2:1 정도로 근육경직, 다발성 경화증의 경련과 통증, 암 환자의 식욕 감퇴, 수술 후 통증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대마초에 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대마초 한 개비를 피우면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보다 네 배나 더 많은 타르를 흡입한다. 본문 ‘대마초를 피운 후의 반응과 THC 농도’에서 언급했듯, 대마초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마초의 의료적 효과가 있다는 강점 또한 있다.

 

전세계적으로 대마초의 의료적 효과를 인정하면서 점진적, 부분적 합법화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마의 THC 함유량을 구분하고 관리하는 법이나 제도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산업용 대마와 대마초용 대마라는 개념 구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꽤 많은 대마초 관련 범죄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더 많은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대마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법과 제도의 확립에 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칸나비디올*
도취를 억제시키며 진정, 진통, 항균 등의 다양한 치료 효과를 발휘함

 

참고문헌
<대마와 대마초>, 노의현,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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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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