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 'D.P.'

    헌병부대 내의 ‘군탈체포조’(D.P.)는 탈영병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업무를 맡는다. 2인 1조로 구성된 군탈체포조는 머리를 기르고 부대 밖을 돌아다니며 임무를 수행한다. 안준호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맞지 않기 위해 복싱을 배운 인물로, 그의 강한 내면을 알아본 탈영병 업무 담당 간부 박 중사에 의해 D.P.에 차출된다. 그러나 준호는첫 임무에서 상급자의 권유로 술을 마시느라 눈앞에서 탈영병을 잡을 기회를 놓치고, 탈영병의 자살을 막지 못한다. 함께한 상급자는 보직에서 해임되고, 한호열 상병과 함께 새로이 탈영병 체포에 나선다. ‘윤 일병 사건’을 비롯한 군대 내무반에서의 부조리가 사회적으로 조명받는 가운데, 드라마 D.P.는 대한민국 병영 부조리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특수한 보직을 다루고 있다는 점과 가짜 사나이와 강철부대를 필두로 작년부터 군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드라마 D.P.의 흥행 배경이다. 준호는 호열과 함께 D.P.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며 선임과 후임보다는 형, 동생처럼 가까워진다. 준호의 추리력과 행동력, 호열의 융통성과 경험으로 둘은 탈영병을 체포하기도 하고, 잡았던 탈영병을 다시 놓아주기도 한다. 한편 D.P. 임무로 내무실 생활을 거의 못한 준호는 천사처럼 착했던 맞선임 조석봉 일병이 이등병에게 가혹행위와 폭력을 가하는 것을 보고 괴리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조 일병이 탈영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한다.

    준호와 호열은 임무를 수행하며 단순히 군대로 돌아가기 싫은 탈영병도 있지만, 탈영병들이 저마다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조 일병의 탈영과 그 배경이 된 내무반 내의 가혹행위를 다룸으로써 <D.P.>가 시사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내무반의 가해자들은 특급전사를 따낸 조 일병이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학대한다. 구타와 폭언뿐만 아니라, 계급을 남용하여 자위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가혹행위가 이어지자, 그는 결국 정신적으로 무너진다.

    조 일병은 학대의 주동자인 황장수 병장을 납치해 죽이려 한다. 이를 막기 위한 군탈체포조와 조 일병 사이에 팽팽한 인질극이 벌어지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했던 꿈과 자신의 삶이 모두 부서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조 일병이 그 자리에서 자살을 시도하며 사건은 종결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괴롭힘을 받던 병사가 던지는 대사인 ‘뭐라도 해야지’라는 외침은 가혹행위로 벼랑 끝에 몰린 군인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다.

    부대 내의 가혹행위와 부조리,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조직문화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직접적인 갈굼의 주체인 생활관 내의 선임뿐만 아니라, 부조리를 방관하며 진급에 누가 될까 봐 가혹행위를 합리화하고 공론화를 막는 군 간부의 면모 또한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D.P.>는 부대 조직문화가 갖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D.P.>가 다루는 군대 내 부조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다. 사회 전체가 군대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부터 군대 조직문화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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