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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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권명국 감독이 말하고 있다. (©이도현 기자)
9월 30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권명국 감독이 말하고 있다. (©이도현 기자)

    직원이 승합차에 부착된 차량 스티커를 떼어낸다. 이윽고 차량 내부 소독이 진행된다. 한때는 100만 승객을 수도권 각지로 실어 나르던 승합차는 이제 중고차로 나와, 다양한 이유로 승합차가 필요했던 각 가정에 팔려나간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타다(TADA)’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 전반부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인 타다가 출시되는 과정과 소위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서비스를 종료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한편 후반부는 서비스 종료 후 위기를 돌파해나가기 위한 타다의 고민과 노력을 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피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당시 내부의 상황을 담은 영상과 타다 개발자·디자이너·마케터의 솔직한 이야기를 다뤄 스타트업 타다의 고군분투를 잘 담아낸 점이 특징이다.


타다금지법
    타다는 2018년 9월 출시된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이다. 출시 당시, 타다는 수도권 지역에서 이동하고자 하는 승객들에게 승합차와 운전자를 함께 제공하는 렌터카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주력 사업으로 하여 성장했다. 가격은 택시에 비해 다소 비쌌지만 넓고 깔끔한 공간, 승차 거부 없는 친절한 기사 등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였고,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이용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타다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여객자동차법 제34조 2항은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사람에게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다만 승차 정원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타다는 승객들에게 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함으로써 이 법을 피해갔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고, 특히 택시업계에서 타다가 면허 없이 사실상 택시처럼 사업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타다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됐다.

    결국 택시업계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자회사인 VCNC 박재욱 대표를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2019년 10월 두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2월 두 대표와 각 법인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불과 보름 후 국회에서 11~15인승 차량을 빌리는 경우에도 관광 목적인 경우에만 사업자의 운전자 알선을 허용하도록 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타다 서비스는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된다. 개정된 법률안이 시행되기까지는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타다가 지난해 4월 타다 베이직을 선제적으로 종료하면서 1년 넘게 이어져 온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는 타다 측은 물론 배급사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고 제작사에서 제작비를 전액 투자해 만든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카니발 차량 장면 역시 타다 측으로 부터 받지 않고 중고차 시장에 나온 타다 베이직 차량을 제작사가 직접 구매해 촬영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권명국 감독은 “스타트업이라는 존재가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었을 때, 그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극복해 나가는지를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또한 <타다>가 기업 홍보용 영화가 아닌 예술가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순수 독립 프로젝트임을 강조했다.

     <타다>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타다의 팀원들이 6개월 동안 겪은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VCNC를 이끄는 박재욱 대표를 중심으로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를 담으며 ‘타다금지법’ 사건 당시 들을 수 없었던 내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 속에는 도전과 성장의 뜨거운 설렘부터 실패의 좌절을 맞는 팀원들의 얼굴, 그리고 재기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까지 담겨있다. 단순히 타다금지법에 대한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스타트업이 가지는 의미와 위치를 짚어내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가 드러난다.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CEO는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다루는 책이나 기사, 영상은 많이 봤지만 갑작스레 닥친 위기에 관하여 이렇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낸 이야기는 기존에 없었다’며 타다 팀의 도전과 이야기가 현재 진행형이기에 더욱 극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국내 스타트업 환경의 민낯에 대한 이야기와 별개로 타다금지법 사건을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타다금지법이 중요한 사건으로 다루어지지만, 영화의 본질적인 주제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택시 운전사들의 입장에 대한 언급은 부족한 듯 보인다. 해당 사건을 편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위해 타다금지법에 대한 양쪽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타다>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더 넓은 관점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개봉을 2주 앞둔 지난 9월 30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권명국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권 감독은 <타다>에 대해 ‘한 기업에 대한 작품이 아니고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더 넓게는 우리 젊은 세대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따라가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타다>를 통해 현재 격동하는 스타트업 현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면, 앞으로 스타트업을 꾸려 나갈 미래 세대들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스타트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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