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림 기자 

    지난 7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가 시작되었다. 지난해 10월에 작고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수집한 미술품들이 지난 4월 말 유족의 뜻에 따라 국가기관에 기증되어 특별 전시가 이뤄지게 되었다. 겸재 인왕산, 이중섭 황소 등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대작들이 전시됨에 따라 해당 전시는 높은 관심을 받으며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로 만나는 것을 넘어, 직접 구매해 소장하는 것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신조어인 ‘아트테크’는 미술시장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본 기사에서는 아트페어, 갤러리, 아트 컬렉팅 등 현대 미술시장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작품의 분할소유권이 등장하다, 아트테크

    이따금 재벌이나 유명 연예인이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십억에 이르는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그럴 때면 미술시장의 세계가 멀게 느껴지곤 한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인 김환기 화백의 작품 가격이 소개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2019년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트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우주>가 역대 한국 미술품 중 최고가인 132억 원에 낙찰되었다. 일각에서는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이중섭 화백의 <황소>의 경매가인 47억 원과 비교하며 높은 가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해당 예능에 소개된 모든 작품은 뛰어난 걸작이며 가격으로만 그 가치의 우위를 가를 수 없다. 작품의 가격은 경매에서 낙찰된 기록일 뿐이다. 하지만 미술품 사이에 이러한 가격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술시장의 생태계와 트렌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내용은 뒤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47억 원이든 132억 원이든 미술품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일반인이 미술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가에 거래되는 미술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명 ‘아트테크’로 불리는 이 현상은 미술품의 분할소유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며 시작되었다. 아트테크는 아트와 재테크가 합성된 신조어로 재테크에 관심이 높아진 MZ세대가 미술품 분할소유권을 이용해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만들어진 단어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아트 페어를 매년 개최하는 아트 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발간한 <아트 마켓 보고서 2021(The Art Market 2021)>에 따르면 지난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10,000달러 이상의 금액을 미술품 수집에 지출한 수집가의 52%가 밀레니얼 세대이고 4%가 Z세대이다. MZ세대가 무려 50%가 넘는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을 기점으로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치열한 경쟁 끝에 자리 잡은 아크테크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가장 먼저 서비스를 개시한 아트앤가이드, 개별 분할 소유권의 가격을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테사, 경매 낙찰 이력을 작품의 프로비넌스(작품의 이력)로 활용하여 작품 신뢰도를 높이는 아트투게더 등이 있다.

 

아트테크를 파헤쳐보자, 아트테크의 허와 실

    아트테크가 진행되는 과정은 해당 플랫폼이 작품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목표한 투자액을 달성하면 플랫폼의 사업자나 법인이 해당 작품의 보관과 처분 권한을 투자자들로부터 위임받는다. 이후 작품의 재판매가 이뤄지면 양도차익을 투자자들에게 지분별로 나누게 된다. 투자자는 작품의 가격, 모집 방식, 소유권 현황, 매각 등을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소유권을 저장한다. 아트앤가이드의 경우, 작품을 구매한 갤러리에 재구매 약정 판매를 풋옵션(약정 만기일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으로 추가하여 작품이 2년 동안 재판매되지 않으면 동일 가격으로 갤러리가 해당 작품을 다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작품이 판매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투자자는 2년 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고 갤러리 입장에서는 그 기간동안 시장가치가 오른 작품을 예전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아트테크에는 몇 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우선 아트테크 플랫폼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에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 중개회사가 일반 투자자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투자 권유 및 판매가 불가능한데 반해, 아트테크 플랫폼은 투자 정보 고지에 대한 의무가 없다. 따라서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부실하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현재 이들은 <자본시장법>이 아닌 <민법>에 의거하여 투자자와 공동 소유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미술품의 분할 소유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금융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가 아닌 일반적인 민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다음으로 미술품 소유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다. 미술품의 본질적인 가치는 감상에 있다. 일각에서는 아크테크가 활성화되고 있는 흐름에 대해 미술시장이 투자의 장으로 전락해 미술품의 본질적인 가치가 흐려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미술세계 언어 배우기, 미술세계의 용어

    모든 미술품에는 캡션이 달려있다. 캡션은 작품의 정보가 담겨 있는 일종의 고유 번호이다. 작가명, 작품명, 제작연도, 재료, 크기, 소장처가 기본적으로 기입되고 작가의 생년이나 몰년, 프로비넌스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비넌스는 전시 이력, 이전 소장자, 작품 거래 정보까지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역사적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품의 진위를 파악할 때 객관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프로비넌스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기록함으로써 미술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캡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화랑협회가 2019년에 발간한 <화랑 운영 및 미술품 유통 가이드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랑 또는 갤러리라고 불리는 곳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자. 삼청동 일대를 걷다 보면 미술관이 아닌데도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갤러리 현대>는 1970년 인사동에 <현대 화랑>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여 현재는 삼청동으로 이전한 한국 최초의 화랑이다. 이곳은 일반적인 미술관과 다르게 특별한 전시를 제외하고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이것이 미술관과 갤러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갤러리의 주요 수입원은 작품 판매 수수료이다. 갤러리는 전속 또는 소속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고 프로모션을 통해 작품을 소개한다. 때때로 작가에게 재료비를 후원하거나 작업 중인 작품을 선구매하기도 한다. 또한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한다. 무엇보다 작가가 작품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갤러리의 일이다.

    갤러리와 작가 다음으로 미술 시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지막 기둥은 컬렉터이다. 실구매자를 뜻하는 컬렉터가 없다면 미술 시장은 운영될 수 없다. 컬렉터가 미술품을 구매하는 채널은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갤러리를 방문하거나 갤러리스트나 딜러와 인연을 쌓고 원하는 작품을 소개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미술품 구매 플랫폼을 통해 갤러리와 직접 연락할 수도 있다. 갤러리가 한데 모여 열리는 아트 페어도 있다. 국내에는 한국화랑협회와 코엑스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KIAF가 대표적이다. 보통 매년 9월에 열리는 KIAF는 오는 15일에서 17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이외에도 국제적인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테파프, 프리즈 등이 매년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보는 눈 기르기, 국내외 미술관 및 갤러리, 아트 페어

    미술품을 관람할 때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감상이다. 각자의 배경지식이나 상황, 취향 등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며 타인의 공감을 받지 못하더라도 본인 마음에 든다면 그것으로 그 작품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미술 시장에서 작품을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미술 시장에는 트렌드가 있으며 작품의 평가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작품의 실제 예술적 가치와는 별개로 시장에서 주목받고 높은 가격을 받는 작품이 있는 것이다. 보통 작품의 가치는 작가의 명성과 비례한다. 미술계에서는 흔히 걸작을 자주 배출하는 작가를 블루칩 작가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미술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인정받는 작품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콜렉터의 실질적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미술 시장의 트렌드는 미술사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과거부터 근현대 미술사에 대해 공부하고 블루칩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보는 눈이 길러지고 아트 컬렉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술품을 직접 보고 공부하며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미술관 전시가 있다. 국내에 다양한 미술관이 있는데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을 추천한다. 한밭수목원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응노 미술관과 대전예술의전당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이색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충남 당진의 아미미술관도 있다. 이곳은 관람객 참여 예술을 지향하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국내 유수의 갤러리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앞서 소개한 갤러리 현대나 국제갤러리는 국내 대표 갤러리이므로 갤러리가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에게 추천한다. 한남동과 같은 젊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에는 신흥 갤러리들이 다수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서 갤러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트 페어를 살펴보자. 국제적인 아트 페어로는 3월 홍콩 아트 바젤, 5월 뉴욕 테파프, 10월 런던 프리즈 등이 있다. 국제 아트 페어가 부담스럽다면 국내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도 꽤 많다. 올해 예정된 아트 페어는 10월 KIAF, 11월 대구 아트 페어가 있다.

 

그동안 미술세계가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졌다면 오는 15일에 코엑스를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KIAF에서 다양한 미술품들을 구경하고 그곳에서 컬렉터와 갤러리의 관계를 직접 느낀다면 미술세계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The Art Market 2021>, Art Basel & UBS, 2021
<나는 미술관에서 투자를 배웠다>, 이지혜,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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