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가을 하늘이 높습니다. 자고로 가을은 등산의 계절입니다. 낙엽으로 물든 바닥, 그 위를 걷는 재미는 부서지는 낙엽 소리만이 아닐 것입니다. 낙엽을 밟으며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마주하게 됩니다. 복잡했던 머릿속은 맑아지고, 맑은 공기의 움직임만 오롯이 느껴집니다. 정상을 등반한 경험이 많이 없더라도, 부산한 도시를 먼발치 위에서 바라보는 이질적인 순간은 쉽게 잊히지 않기 마련입니다.

    등산로 초입엔 완만한 경사가 길을 이룹니다. 풍경을 돌아보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어렸을 땐 한시라도 빨리 오르고 싶은 마음에 뛰어서 이 구간을 지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차츰 산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하늘, 나무, 새가 아닌 흙, 바위, 지렁이를 보고 걸으면 그 또한 의미가 깊겠으나, 아무리 올라도 가까워지지 않는 정상이 그저 원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등산은 어디까지나 체력 싸움입니다. 무턱대고 바닥만 보고 걷다가도, 정상이 몇 미터 남았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에 다시 한번 힘을 내봅니다. 정상에 올라서는 뿌듯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은 분명 아닙니다.

    산을 오르는 것이 마치 오늘날 우리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더 높은 곳을 지향하는 마음을 탓할 수는 없으나, 때로는 산 아래 산책로를 걷는 것의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턱대고 정상을 오르다 발목을 삐끗하기보다는, 약수터, 헬기장, 정상 순으로 매일 목표를 바꿔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열심히 산을 오르는 것도 좋으나, 내려올 수 있는 만큼 오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기 마련이라고, 어릴 적 아버지의 등에 업혀 하산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혼자 오르기엔 쉽지 않은 것이 산입니다. 누군가 함께 올라야 그 힘듦이 반으로, 기쁨이 배가 되는 법입니다.

    최근 등산이 젊은 세대의 트렌드로 떠올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계룡산도 꽤 오르기 좋은 산이니, 관심 있는 학우들은 친구 혹은 연인과 등산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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