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경쟁”이라는 달리기를 하는 그림과도 같다. 각자의 환경과 부에 따라 출발선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몇 없는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남들과 경쟁하여 달려간다. 그러나 2000년대가 되고 기성세대에서 MZ세대로 경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전체적인 달리기 속도가 빨라졌다. 한강의 기적을 통해 빠른 성장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꿈을 위해 달려보던 1980년대와 다르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경제와 체계가 잘 잡혀있고, 뛰는 방법과 능력도 모두 좋아져 버렸다. 그래서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이전 세대보다 더욱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모두가 죽어라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속도가 너무 빨라 위험하고, 몸에 무리가 가서 다칠 수 있다. 그렇다고 속도를 늦추다가는 기회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결국,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과도한 달리기를 우리는 매일같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걸 당연하다는 듯이 열정이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든 열정에는 그에 적합한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모두에게 다 같이 잠깐만 쉬었다 가자고, 조금만 속도를 늦춰보자고 소리치고 싶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통할 리 없다. 설령 잠깐이라도 그 속도를 늦췄더라도 한 명이라도 치고 나간다면 다시 원래 속도로 되돌아오는 건 순식간이다. 이렇게 아이러니한 상황에는 진실과 부풀림이 모두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은 부족한 자원을 인력으로 채우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 방식이다. 어떤 나라는 처음부터 그 땅에 있던 자연경관이 너무 예뻐서, 또 어떤 나라는 선조들이 피땀 흘려 만든 건축물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모두가 풍족하게 관광사업으로 먹고살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자원이 없고, 대신에 열정과 노력으로 지금의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다. 우리는 보통 이것을 한국인의 피에 흐르는 “근성”이라고 부른다. 당시에는 빠른 경제 성장과 대규모 토목 공사 등 기반을 다지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노력 덕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지금, 우리에게는 더 많은 선택권이 생겼다. 그렇기에 아직도 옛날처럼 쉬지 않고 달려야 된다는 건 일종의 부풀림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이 기회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인식이 부모 세대에서 그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옛날 사고방식을 우리도 고스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이 되거나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게 전부인 세상은 이미 지나버렸다. 많은 사람이 한다고 해서, 대부분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고 해서 나도 그 페이스에 맞출 필요는 없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길을 찾고, 깊게 스며든 개인주의로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한번씩 옆의 친구들을 챙기는 그런 여유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처럼 처음 사회를 접하고 꿈을 펼칠 기회가 많은 20대는 더더욱 그렇다. 이제부터는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지 말고, 또 먼저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뒤처진다고 걱정하지 말고, 여유롭게 걸어가는 건 어떨까. 그래야 나중에 20대를 돌아봤을 때 원 없이 꿈꿔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고, 또 이 길을 걸어가겠다는 선택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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