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동경하고 부러워할 전역 날 아침이 나에게는 두려웠고 복잡했다. 2020년 5월 13일 6시 30분,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게 눈을 떴다. 매일 봐왔던 동기들은 아침밥을 먹으며 나에게 덕담을 해주었다. 나가서 앞으로 생각했던 것들 다 이루라며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해주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잘할 수 있을까,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 적응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부랴부랴 일과 준비를 하며 움직이는 동기들과 달리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처음 입대할 때 내가 목표로 세웠던 일들은 잘 해냈는지, 짧지 않은 시간을 알차게 보냈는지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대답할 수 없었다. 남은 일수를 바라보며 하루하루가 흘러가길 바라던 지난 나날과는 다르게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린 내 모습이 후회되었다. 한참을 허공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주섬주섬 전투복을 입고, 소지품들을 가방에 넣었다. 나를 보며부럽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는 후임들에게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무거운 두 다리를 이끌고 행정반에 들려 마지막 경례를 했다. 중대장님과 간부님들이 해주셨던 “잘 살아라”라는 짧은 말이 정말 무겁게 다가왔다. 자의로 온 곳도 아니고, 힘든 기억들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도피처였고 쉼터였다. 앞만 보고 쉴새 없이 달리고 뒤쳐지지 않으려 끙끙거리던 나에게 마지막 휴게소였다. 또 다른 출발선에 선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찼다. 위병소를 나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군인들은 위병소를 벗어나는 그 순간, 초등학생이 된 것 마냥 들뜬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근심, 걱정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대를 벗어나고 있었다. 나는 열 걸음도 걷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부대를 다시 바라보았다. 다시는 볼 일 없을 풍경이었다. 그렇게 뒤를 돌아본 채로 한참 머무르다, 가방을 둘러메고 다시 발걸음을 힘겹게 내딛었다. 평생 있을 줄 알았던, 항상 떠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곳을 떠나는 그 날 아침은 즐거움보다는 씁쓸함, 희망보다는 걱정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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