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에 대한 학생, 학부 총학생회, 학교 측의 의견은?

©이예림 기자

    이번 가을학기부터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가 시행되었다. 군휴학생의 학업 단절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이며, 지난 4월 학칙상 근거(학칙 제44조의 2)가 마련되어 이번 가을학기부터 제도가 시행되었다. 일반화학실험I, 선형대수학, 전자회로, 재무관리 등 2021학년도 가을학기 개설 온라인 교과목 중 비실시간 원격수업으로 진행되는 교과목 일부가 제공되었다.

    그러나, 이번 가을학기 개강 이후 대학교 커뮤니티 서비스 <에브리타임>에는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왔다. 군 일과 시간과 시험 시간이 겹치고 시험 시 카메라 2개를 켜기를 요구하는 과목, CAD 프로그램 사용을 요구하는 과목, 한 학기에 실시간 퀴즈가 6번인 과목 등 부대 내에서 수강할 수 없는 교과목이 원격수강제도 교과목으로 선정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중 지난달 31일에 올라온 <군 e-러닝, 진정 군인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라는 글은 학생들의 많은 호응을 끌어냈고, 이 글에서 문제로 삼은 기술경영학부 ‘재무관리’ 수업에 관련해 기술경영학부 학생회의 대응 결과가 공유되기도 했다.

    본지는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취재를 진행했다.

    먼저,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에 대한 우리 학교 학우들의 의견을 알아보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156명이 응답했고, 그중 106명이 미필자, 8명이 군필자, 8명이 군 복무 중이고 34명이 병역 의무가 없었다.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의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서는 93.6%(146명)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중 117명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군 복무 중인 학우를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는 답변한 8명 중 5명이 원격수강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 이유로는 “수강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라고 답한 사람이 5명 중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원격수강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학우에게는 원격수강 중 겪은 어려움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앞으로 매트랩, 랩뷰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할 것 같은데 사용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과제를 제출할 때 종이에 적은 답안을 스캔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휴대폰 카메라 사용이 제한되어 매번 간부에게 부탁해야 한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에 대한 기타 의견을 묻는 질문에서는 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알 수 있었다. 설문조사 참여에 있어 필수 항목이 아니었음에도 많은 학우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세히 남겼다. ‘군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등 군휴학생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많았으나, ‘완전하지 못한 제도라도 계속 시행해서 보완해 나갔으면 좋겠다’ 등 현 제도를 보완해서 계속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또한 이어졌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교과목이 너무 적고 특정 학과에 편중되었다는 지적이 많았으며,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되었다. 군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어려우니 교양이나 리더십 과목 위주로 개설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기본적인 전공과목은 개설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두 나왔다. 또한, 군 생활을 하게 되는 시기에 주로 듣게 되는 과목을 개설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성적 부여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성 면에서 S/U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특정 성적 이상을 받으면 휴가를 주는 제도가 있어 이를 위해서는 ABC로 성적을 매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기존 교과목을 군휴학생이 수강하는 방식이 아닌, 군 복무자만을 위한 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더 자세한 상황을 알기 위해 원격수강제도 도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교학기획팀, 원격수강제도 도입을 추진한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ON>(이하 총학 비대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 도입 추진 계기와 과정

    총학 비대위: 군 복무 원격수강 제도는 작년에 활동하였던 제33대 학부 총학생회 <FLEX>가 진행하고 있었던 공약사업이다. 현역 복무하는 KAIST 학우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군 복무 환경 개선으로 군대 내에서도 원격 수강이 가능해지면서, 군 복무 원격수강제도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이 마련되었다. 이와 더불어 군 복무 기간 동안 발생하는 학습 단절을 막고 학업 계획에 도움을 주고자 해당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게 되었다.
    지난해부터 학교 측과 논의를 통해 군 복무 원격수강제도의 필요성을 제시하였고, 다른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원격수강제도 사례를 조사하여 정식으로 학교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학교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학칙 개정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후 논의를 통해 KAIST 원격수강제도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결정하였고, 올해 여름학기 말 과목 공고를 통해 가을학기 원격수강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교학기획팀: 2020년 11월, 원격수업관리위원회에서 학부생 대표위원을 통해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 도입이 제안되었으며, 같은 해 개최된 전체학과장회의에서 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확정하였다. 이후 학생회가 참여한 실무 추진체를 구성하여 논의를 해왔다.
    2021년 4월 학칙이 개정되어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 도입을 위한 규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2021학년도 가을학기에 동 제도가 시행되었다.

 

제도 도입 과정에서의 어려움

    총학 비대위: 학교 측에 제도를 제안하기 위해 진행한 대학우 설문조사 결과 학부생들이 원하는 교과목은 기초과목과 전공과목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학교 측과 논의 당시 기초과목과 전공과목은 현실적으로 도입이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교양 과목과 리더십 과목을 먼저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 때문에 기초과목과 전공과목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과목 공고 결과 오히려 기초과목과 전공과목의 비중이 높아져서 기존에 예상하였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교학기획팀: 제도 도입 논의 초기에는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에 특화된 교과목을 제공하는 방향을 검토하였다. 특화된 교과목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과목을 공모하고, 선정 및 개발하는 절차가 요구되나, 시간적·자원적 한계로 인하여 별도 교과목을 개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서 2021학년도 가을학기에는 이번 학기 개설된 비실시간 원격수업 교과목 중 군 복무 중인 휴학생들에게도 수강을 허용할 수 있는 교과목을 각 학과(부)에 추천을 요청하였으며, 추천을 받은 교과목은 모두 제공하기로 하였다.

 

카메라 사용이 필요한 실시간 시험 등의 문제를 제도 도입 시 예상했나?

    총학 비대위: 제도 도입 추진 당시 군 내에서의 수강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수업방식은 ‘비실시간 원격수업’, 시험방식은 ‘take-home’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학적팀에서 과목공고를 위해 학과 측에 이 사항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전달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 학기부터는 과목 공고 과정에서 학부 총학생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교학기획팀: 군의 특성상, 시험 시 카메라 사용에 대해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은 제도 시행 전에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부에서는 청원휴가를 통해 군 장병들이 대면 집합시험에 참석할 수 있음을 안내한 바 있다. 이는 군에서도 보안상의 이유로 시험 시 카메라 사용이 제한될 수 있기에 보완책으로 마련한 제도로 이해하였다.
    청원휴가를 통한 대면시험 및 실시간 원격시험(카메라 사용), 부대 내 비실시간 원격시험 등 모든 방법의 시험이 치러질 수 있기에, 학교에서는 각 학과(부)에 과목 추천 요청 시 최소한의 조건(비실시간 원격수업 교과목)을 충족한 경우 군 휴학생이 수강할 수 있는 교과목으로 추천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다만, 군 휴학생마다 속한 부대의 상황이 달라 학생들의 이해와 교과목 담당 교수님의 이해에 차이가 있어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차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제공 교과목 확대

    총학 비대위: 기존 계획은 교양 과목과 리더십 과목부터 시작하여 기초과목과 전공과목으로 교과목을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과목 공고 결과 기초과목과 전공과목이 먼저 도입되었다. 교양 과목과 리더십 과목 등 비실시간으로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다.

    교학기획팀: 2021학년도 가을학기에는 군휴학생을 위한 별도 과목이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군휴학생마다 소속 부대 상황에 따라 수강 가능한 교과목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부 교과목에서는 더 많은 군 휴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별도의 시험 방법 또는 평가 방법을 마련하였다.
    향후에는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를 통한 수강 시 참고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여 수강 신청에 있어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며, 군휴학생을 위한 별도 교과목을 지속적으로 확보하여 제공 교과목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자 한다.

 

    정리하자면,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 교과목은 비실시간 원격수업으로 진행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과목 추천 요청 과정에서 카메라를 켜야 하거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시험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도 도입 첫 학기인 탓에 별도 교과목이 마련되지 않아 기존 교과목 중 수강 가능한 과목 위주로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혼선이 생겼다.

    인터뷰에서 총학 비대위와 교학기획팀 모두 학생들의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총학 비대위의 경우 군 복무 중 원격수강제도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 중반 이후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니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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