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월경 주기나 월경량 이상, 완경 후 질 출혈 등 부정출혈을 경험했다는 호소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부정출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지난 13일 기준 3만 6천여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본지는 충남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유진 교수(KAIST 클리닉 여성건강의학과 전문의 겸임)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백신과 부정출혈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을 호소하는 사례를 접한 적이 있는지

    직접 접한 건 지금까지 두 건 있었다. 하지만 난소 낭종이나 혹 등이 원인으로 보여서 단순히 백신 접종만으로 부정출혈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였다. 다른 여러 교수의 환자 중 백신 접종 후 질 출혈을 호소하는 사례를 종합해보아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다른 처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코로나 백신 접종과 부정출혈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저널이나 논문 등을 통해 드러난 바가 없다.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접종 후 부정출혈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은데

    원인은 아직 학문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백신 접종을 계기로 건강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면 그냥 ‘이번에는 생리 주기가 안 맞네’ 하고 넘어갈 상황일 수도 있지만, 백신을 맞은 후 부정출혈을 경험하면 아무래도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두 번째로, 백신 접종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체력 저하가 체내 호르몬 균형을 깬 것이 부정출혈로 이어졌을 수 있다. 우리가 생리를 하는 주기는 결국 호르몬에 의한 작용이다. 그리고 호르몬은 난소에서도 분비되지만, 난소에 호르몬을 분비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상급 기관은 뇌하수체와 시상하부다. 둘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몸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서 걱정이 많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적인 체력 저하를 겪을 경우,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에 영향을 끼친다. 이로 인해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생리불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백신이 혈액 응고 기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인의 질 출혈과 비교가 이뤄지지 않아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사람에 비해 두 배 정도 질 출혈을 많이 경험한다는 영국 산부인과 의사의 보고가 있다. 백신의 종류에 따라서 이런 차이가 난다는 것은 백신이 월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혈전 발생 가능성이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부정출혈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을 겪는다면

    본인의 선택에 따르는 것이지만, 다른 원인에 의한 질 출혈일 수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에 내원해서 진찰을 볼 것을 권한다. 특히 양이 많은 경우에는 꼭 병원에 가야 한다.

 

정부에서 백신 접종 후 월경 이상 사례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거나 국민에게 공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

    사실 신약을 출시할 때 거쳐야 하는 단계들이 있고, 약이 시판될 때 투약 시 부작용 등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해야 맞는다. 하지만 지금은 개발에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그러한 과정이 축소된 채로 약을 공급하고 있고, 아직 부작용도 계속 수집하는 중이다. 때문에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에 대한 수집은 많이 이루어졌지만, 월경불순이나 무기력증처럼 잠깐 지나가는 정도의 부작용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임상적인 데이터가 쌓이면 본인이 맞은 백신의 부작용과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백신 부작용을 걱정하는 예비 접종자들에게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 질 출혈이나 월경불순이 백신 접종을 포기할 정도로 위험한 부작용이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월경불순의 경우 이번 주기에서 불규칙했더라도 몸이 회복되면 다음 달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생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방암이나 난소암, 자궁내막암처럼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을 가진 환자는 백신을 맞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것을 권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