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 <모가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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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말, 우리나라는 UN 가입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의 지지 선언이 필요했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로 파견된 한신성 대사는 지지표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어렵게 따낸 대통령 면담이 북한 측의 방해 공작으로 취소되는 등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부패한 소말리아 정부가 세금을 사적으로 운용하고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이자, 소말리아 곳곳에서 반군이 결성되고 시위가 일어난다. 정부와 반군 사이의 대립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보호 병력이 없는 대사관은 무장한 폭도에게 약탈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사관은 다행히 소말리아 정부에 현지 병력을 지원받았으나, 그마저도 없는 북한 대사관은 처참히 약탈당한다. 북한의 림용수 대사는 통신조차 끊긴 긴박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린아이를 포함한 대사관 식구들과 총성이 오가는 거리로 향한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은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우리나라와 북한 대사관 인원이 힘을 합쳐 모가디슈를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막바지에는 20여 명의 남북 대사관 인원이 4대의 차에 나눠 타고 이들을 반군으로 오해한 정부군의 총격과 거리의 무장세력을 피해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측 인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데, 이 장면 역시 허구가 아닌 20년 전 소말리아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지난 7월 28일에 개봉한 <모가디슈>는 지난달 29일에 누적 관객 수가 삼백만 명을 넘으며 올해 국내 개봉 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남북 대사관 사이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은 내전이라는 상황에서도 여전하다.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보호 병력이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 앞까지 찾아온 후에도 도움을 요청할지 고민한다. 태준기 북한 참사관의 반대에도 생존을 우선 목표로 삼은 림용수 대사는 대문을 사이에 둔 한신성 대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린아이까지 있는 북한 대사관 측 인원을 본 한 대사는 결국 이들을 수용하기로 한다. 남북 대사관 구성원이 한곳에 모이자, 소말리아 내전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 펼쳐진다. 한 식탁에서 식사하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거나 말을 섞지 않는다. 그럼에도 반찬을 내어주고 겹겹이 쌓인 깻잎을 뗄 수 있도록 잡아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간다.

    평화도 잠시, 보호 병력이 갑작스레 떠나자,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다. 이념의 차이, 국제 관계, 과거의 감정을 모두 넘어서고 생존을 위해 협력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총격을 피해 추격전을 펼치며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하고, 소말리아의 혼란을 뒤로 한 채 안전지대인 나이로비 공항으로 향한다. 생사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이 쌓였지만, 나이로비 공항부터는 적국의 인사일 뿐이다. 공항에 이미 남북 당국의 요원들이 마중 나와 있기 때문에 이들은 비행기 내부에서 작별 인사를 마친다.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부터는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각자의 자리로 떠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모가디슈>의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감정은 억지스럽지 않다. 힘을 합쳐 생사를 넘어섰지만 결국 남한과 북한이라는 각자의 세계로 돌아갈 운명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협력하는 순간에도, 나이로비로 향할 때도 긴장감이 유지된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팽팽한 긴장감 덕분에 영화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분명한 것은 생존 앞에 이념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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