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꿈이 뭐예요 라고 물어보면 난 대답을 못했죠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사실 고르기 힘들었죠

하지만 눈 감았다 떠보니 난 어른이 되었고
너무 커버린 내 자신이 난 너무 미워요
순수하게 꾸었던 꿈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돌아갈래요, Day6

 

    최근 너무도 공감하며 들었던 노래의 가사이다.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은 너무도 짧고 간단하지만, 많은 고민이 들게 하는 문장이다. 학창 시절 수도 없이 들어왔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들을 예정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도 이 질문에 명쾌히 답하지 못했다. 과거의 나도 그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의 나는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새로운 시도 그 자체를 즐겼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고, 하나씩 경험하지 못한 분야를 개척해 나가면서 다채로워지는 내 모습이 너무도 좋았다. 그렇기에 내가 하고 싶다고 여기는 모든 것이 내 꿈이 되었고, 이 사이에서 우열을 가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우리 같이 커서 만화가가 되자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지금 들어보면 순수하게 좋아서 꿈꿨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이후에는 과학이 좋았고, 이공계로 내 공부와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지만, 온전히 이것이 내 꿈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학창 시절의 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환경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과학자가 된다면 환경적 측면에서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과학이 재밌었기 때문에 관련 진로를 꿈꿨다. 그러나 실제로 환경을 지키는 역할로 보이는 것은 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외교관, 봉사자 등 과학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외교관이 되거나 환경봉사단체에 소속되고 싶다는 꿈도 꾸었었다. 이외에도 자잘하게 책 출판하기, 세계여행하기, 스쿠버다이빙 배우기 등 다양한 크고 작은 꿈을 꾸며 살아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떨까? 지금의 나도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명쾌히 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명백히 다르다. 이전에는 여러 꿈 중 선택할 수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선택지 자체가 사라진 느낌이다. 하고 싶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목표와 방향을 새롭게 잡는 과정에서 매번 걸림돌을 마주한다. 어중간하게 알아가는 현실은 나를 더욱 비관적으로 만들었다. 무엇을 시도하더라도 실패할 것만 같고, 나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과 이룰 수 있는 것 사이의 공백은 더욱더 깊어지고 이는 계속해서 생겨나는 꿈도 스스로 짓밟게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판단이 때로는 객관적인 지표로부터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나마 실제로 내가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나오는 판단이라면 어느 지점에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한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계속되는 포기는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꼭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되는 것만 내 꿈으로 여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꿈을 가지는지는 내 자유인데, 계속해서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것만 같다. 지금의 나는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현실을 기반으로 판단했다고 여기고 심리적 요인에 대해 격렬히 부정하지만, 계속되는 포기와 좌절이 내려놓는 일에 더욱더 익숙해지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꿈에는 자격이 없다. 내가 강하게 염원하는 것, 그 자체가 꿈이 되는 것이다. 꿈은 곧 삶의 목표가 되고, 내가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준다. 그렇기에 꿈 그 자체가 내 삶이 연속적으로 한 가닥으로 이어지게 해주는 연결점의 역할을 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막연히 꿈꿔왔던 수많은 꿈을 하나둘 포기하며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과정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꿈은 꾸었던 그 순간 자체로 빛났다는 것을.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