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서 동아리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에 거주하며 학교는 단순한 공부 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며, 과생활이 활발하지 않은 KAIST에서 동아리는 새터반과 함께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들 중 하나이다. 이에 굉장히 많은 동아리가 KAIST에 존재하며 – 21년 봄 기준 83개의 동아리가 등록되어 있다 – 2개 정도는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20년 1월에 찾아온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동아리들의 리크루팅이 1학기씩 미루어지면서부터 모든 비극이 시작되었다.

    가장 큰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동아리의 집행력 부족 문제이다. KAIST의 동아리 운영은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많은 동아리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고 이미 있는 동아리들과, 또 그 동아리들끼리 한정된 예산과 공간을 가지고 경쟁을 하는 것이 동아리연합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에 걸맞게 동아리 임원진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실로 막대하다. 간단한 보고서 미비사항이 큰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거나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이런 업무처리 능력은 기반이 매우 탄탄한 동아리들의 활동 하에서 성실하고 리더십이 강한 후배가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을 투자한 인수인계를 거쳐야 습득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이런 복잡한 과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속들이 벌어지고 있다. 동아리연합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부 또는 모든 서류의 제출 의무를 면제해주는 “특수등록”과 “미등록”제도를 마련하였지만, 이 제도에 대한 신청을 하는 집행력이 부족한 동아리들도 허다하여 폐부되는 동아리가 생겨났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하여 특수/미등록 된 동아리들의 미래 집행력이다. 뒤를 이어야 할 19~21학번의 임원진 경험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사실상 유의미한 임원진 경력이 있는 18학번은 5학년이 되어 졸업을 하였거나 졸업이 임박해지고, 군대를 갔다온 학생들이 집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동아리연합회 자체의 집행력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동아리연합회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년도부터 비대위 체제로 진입하였으며, 10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그것도 대부분이 고학번인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추가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면서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학내 여론도 악화되어 가고 활동비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활동 지원자는 0에 수렴하고 있다.

    KAIST에서 동아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동아리의 수반부터 시작해서 동아리들 간의 경쟁을 중재하고 심판해 줄 역할을 할 사람들마저 크게 위협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과 교내 관계자분들이 현재 동아리 사회가 처한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인식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속 가능한 동아리 사회 재건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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