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서울대의 한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과로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는 서울대의 열악한 청소 노동 환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렇게 드러난 관리자의 심한 갑질, 높은 노동 강도, 그리고 고용구조 이원화로 인한 학교와의 소통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본지는 우리 학교의 청소 노동 환경 실태를 점검할 필요성을 느껴, 우리 학교 생활관에 근무하는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취재는 생활관 청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익명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담당 부서인 학생생활팀 김건철 팀장(이하 생활팀)과의 인터뷰로 이루어졌다. 

고용 구조와 업무 내용은?

    우리 학교 생활관 청소 노동자들은 아침 7시에 배정된 생활관으로 출근한다. 맡은 업무는 생활관 전체 (복도, 휴게실, 화장실, 샤워실 등) 청소와 쓰레기 분리 수거이다. 12시부터 한 시간의 점심 시간이 있고, 일을 모두 마친 후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정확한 직무 명은 시설지원직으로, 학생생활팀에 소속되어 있다. 이전에는 외부 용역 업체를 통해 고용되었으나, 2021년 1월 1일부로 청소노동자 노조와 학교 측의 협의 결과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가와 복지가 보장된다. 전체 인원은 43명이고, 한 생활관당 대략 2~5명 정도가 근무한다. 1인당 맡는 근무 구역 면적의 평균은 2,463m2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업무 강도와 근로 계약 내용의 적절성을 직접 물어보았다. 그 결과, 모든 응답자가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덧붙이는 말로, 생활관 근처 화단과 외부 환경 정리(풀 뽑기, 낙엽 쓸기 등)를 맡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힘들다는 의견이 다소 있었다. 생활관 근처 외부 정리까지 맡기에는 빠듯하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생활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생활팀에서는 생활관의 범위가 생활관 주변으로 정의되어 있어서 해당 업무가 필요하다며, 다만 생활관 주변 보도블럭과 계단을 제외한 부분은 외곽청소원 및 조경용역팀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청소 노동 환경에 대해 기숙사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쓰레기봉투를 계단으로 옮겨야 했기에 노동 강도가 높았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있었다. 우리 학교 생활관 중 갈릴레이관과 세종관 또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분리 수거된 쓰레기를 계단으로 옮겨야 한다. 청소 노동자와의 인터뷰 결과, 실제로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으나, 예전보다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이 많아졌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따라서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현 상황의 환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생활팀 측에 문의해보았다. 생활팀에서도 쓰레기를 소분해서 계단으로 옮기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청소 노동자들이 순환 업무를 통해, 힘든 구역은 번갈아 가면서 맡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휴게 시설은?

    생활팀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휴게 시설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모든 건물을 설계할 때 청소 노동자의 휴식 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규정이 있으며, 지은 지 오래되어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못한 건물에서도 학교 측에서 공간을 내어 휴게실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취재를 위해 직접 한 생활관의 휴게 시설을 둘러보았다. 기자가 취재한 휴게 시설은 n명의 청소 노동자가 이용하는 곳이었는데, 시설의 면적은 기숙사 n인 실보다 약간 큰 면적이었다.(청소노동자 분의 신변보호를 위해 위와 같이 표현하였다.) 냉난방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커다란 창문이 있어 환기에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인터뷰에서도 모두 온도와 습도 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전자레인지, 냉장고, 커피포트, 침대 등도 구비되어 있어서, 편의상 불편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인터뷰 답변 또한 마찬가지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따로 규정이나 관리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취재한 곳 외의 다른 건물의 휴게 시설에 대해서는 이번 취재 결과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힌다. 한 가지 의문이었던 점은, 휴게 시설 내에 작은 소음과 진동을 계속 발생시키는 기계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인터뷰 답변대로 큰 문제점은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지속적인 진동과 소음이 불편해 보였고, 답변자 중에서도 전자파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어서 생활팀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알아보았다. 생활팀에서는 휴게 시설 제공 이후에는, 직접 점검하기 보다는 청소 노동자 측에서 요청 사항이 있을 때마다 살펴보고 수리하는 식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개선해야 할 점은?

    기자가 파악한 우리 학교의 청소 노동 환경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다만 취재 내용은 생활관 청소 노동에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을 밝힌다.) 하지만, 앞서 기사에서 언급한 몇몇 부분에서, 학교 측과 청소 노동자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팀 또한 이런 의견에 공감했다. 생활팀에서는 ‘노동자분들이 불이익을 받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늘 신경을 쓰고 근무를 하고 있지만, 그 의도가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청소 노동자 분들이 바라는 점과 학교 측에서 고려한 점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학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취재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회식 등 청소 노동자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종종 마련했으나, 지금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그러나 근무하시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문제를 가능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청소 노동자들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생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을 물어보았다. “이렇게 얘기하면 학생들이 서운해할지 모르겠네.. 잘하는 학생들은 잘 혀...”라고 조심스럽게 시작된 말에서 모두들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학생들이 각 쓰레기통에 명시된 대로 분리배출을 해주면, 훨씬 더 빠르게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쓰레기를 하나씩 다 골라내서 다시 분리수거를 해야 해서, 모두들 자는 이른 아침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자는 학생들이 분리 수거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해줬으면 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한 청소 노동자는 먼저 ‘액체류를 제대로 안 비워서 버리는 것’이 쓰레기봉투가 무거워지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페트병이나 유리병에 든 액체를 완전히 비우고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청소 노동자는 ‘쓰레기통이 넘치지 않게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스티로폼 박스 같은 커다란 쓰레기는 쓰레기통이 가득 차지 않게 쓰레기통 바로 옆에 놓는 것', '음식물 쓰레기통이 넘칠 것 같으면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 용기 채로 놓아두는 것'이 있다. 또한 그 외의 경우에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함께 버리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택배 박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아이스박스와 택배 박스의 송장과 테이프를 떼서 버려달라’는 것이다. 테이프 떼는 소리가 워낙 크기 때문으로, 이는 학생들을 배려한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학생들 자는 데 방해될까 봐 박스들을 들고 샤워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테이프를 제거한다.’는 고충을 전했다. 그 외에도 ‘택배 박스를 접지 말고 박스 채로 쓰레기통 옆에 두기’, ‘옷을 버릴 때는 바닥에 따로 두거나 봉지에 넣어두기’ 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쓰레기 분리배출 외에도,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때 뚜껑을 닫거나 키친 타올을 덮어서 음식물이 튀지 않게 하기’, ‘개수대와 샤워실 등에 개인 물건 정리하기’ 등의 당부 사항이 있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