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1년도 가을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두 달, 각자의 자리에서 알찬 방학을 보냈기를 바란다. 두 달은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이다. 이번 여름에는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화제의 중심인 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 백화점이 문을 열었고, 이로 인해 지난 주말에는 학교 일대가 평소보다 붐볐다. 교내를 관통하는 특구 시내버스도 개통하여, 학우들의 이동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면 방학이 지나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코로나 19로 인해 이번 학기도 비대면 수업은 계속된다. 저녁 이후에는 식사 모임이 제한되며, 도서관은 주말에 문을 닫는다. 한가로운 주말이라도 책 한 권 빌려 시간을 때우는 재미는 당분간 넣어두어야 한다. 거위들은 여전히 오리연못을 무대로 옹기종기 몰려다니고, 기숙사 앞 고양이들은 그들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지난 여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을 단순 나열해보았다. 더 많은 것들이 있겠으나, 이만 줄이겠다. 시간의 단위가 계절이 아닌 일 년, 일 년이 아닌 세대로 늘어날수록 나열할 것들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쉽게 변하는 것들이 변하지 않을 때,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변하지 않는 사랑, 변하지 않는 신념, 변하지 않는 진리를 동경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반대로,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을 바꾸려는 시도도 많다. 21세기의 우리는 변하는 것을 지키기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을 바꾸는 것에 익숙한 듯하다. 필자만 해도 연구 주제로 골머리를 앓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다.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과 마찬가지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혁신(革新)은 가죽 혁, 새로울 신을 사용하여 말마따나 가죽을 다듬어 새롭게 함을 뜻한다. 각자 다듬을 가죽을 준비할 수 있는 한 학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아직 다듬을 가죽을 찾지 못했다면 갖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보고, 다듬을 가죽을 찾았다면 바꾸고 싶은 것들을 계획해보자. 간직할 것과 바꿀 것을 명확히 나누고, 알맞은 방향의 가치 실현이 절실한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다. 더운 여름을 추억하면서, 선선한 가을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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