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건 초기에는 필기시험, 복장검사 등 관리자의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의혹이 중점적으로 불거졌다. 하지만 최근 산재 판단을 위한 현장조사에서 청소노동자 유족 측 노무사는 사망한 노동자가 하루에 옮긴 쓰레기양이 250㎏에 달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았다고 지적하면서 ‘과로’ 문제가 부상했다.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 논란을 개인의 갑질이나 서울대만의 특수한 사례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시대 청소노동자들 대부분이 업무량 증가에 따른 과로를 겪고 있는 구조적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 장시간 노동, 차별적 고용구조 등 기존 문제들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쓰레기 배출의 폭발적 증가와 이에 따른 노동량 폭증으로 청소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부산대 사회학과 김영 교수가 발표한 “복합적 차별과 코로나19 감염위험: A시 지하철 청소노동자의 팬데믹 하 노동경험과 감염경험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 청소노동자의 84.8%가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힘들어졌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노동 강도가 강화됐다는 응답이 65.8%, 새로운 업무가 추가됐다는 응답이 52.5%, 업무방식이 변화했다는 응답이 36.4%였다. 코로나19 발발로 새롭게 추가된 대표적 업무는 소독이다. 정해진 노동시간에 늘어난 업무를 수행하려다 보니 노동 강도가 강화됐다는 것이 논문 요지다. 이와 함께 청소노동자의 96.5%가 본인의 업무가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할 정도로 감염에 대한 공포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물리적, 심리적 차원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紙)에 발표한 칼럼에서 코로나19 발발로 인해 새로운 유형의 계급분화와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가 제시한 4개 계급 중 ‘필수노동자’에는 간호사, 재택간호 및 보육노동자, 트럭 운전기사, 경찰관∙소방관∙군인 등과 함께 위생노동자가 포함됐는데, 이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면 위기 극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 교수는 앞서 소개한 논문에서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와 세균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며 우리의 신체 분비물까지 처리하는 청소노동자의 노동이 없다면 우리는 감염병의 시대를 살아나갈 수 없다. 그러나 청소노동은 언제나 도시의 유령취급을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를 통해 더욱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응 없이는 코로나19 극복도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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