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20일 총회를 열고 올림픽을 상징하는 구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에 ‘다 함께’를 추가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습니다. 지난 127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구호가 이번 도쿄 올림픽부터는 ‘Faster, Higher, Stronger – Together’로 바뀌는 것입니다. 구호를 제안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세계의 유대감에 집중할 것이며, ‘다 함께’라는 말은 그것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이 새 구호처럼 지구촌의 유대감을 보여준 행사였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몇몇 국가 간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고, 심지어 일본 내에서조차 자국의 올림픽 개최를 두고 반대 시위가 열리는 등 올림픽이 오히려 지구촌에 분열과 대립을 가져오는 양상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다 함께’하는 올림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번 올림픽에서 이뤄졌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성 평등 가치를 올림픽에 반영한다는 기조 아래 일부 종목에서 여성 경기와 혼성 경기가 신설되면서 여성 선수 출전 비율 49%를 달성한 점이나 뉴질랜드 역도 대표 로렐 허버드 등 트랜스젠더 선수가 최초로 출전한 올림픽이라는 점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그간 스포츠계가 남성 중심적이었고, 간성이나 트랜스젠더의 존재 자체를 반칙으로 여기며 배제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괄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한편으로 이번에 새로 바뀐 올림픽 구호는 올림픽 경기를 보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지난달 23일, MBC는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으로 참가국을 소개하여 전 세계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가 하면, 며칠 후에는 한국과 루마니아의 축구 예선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자책골을 조롱하는 문구를 삽입하여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를 향해 외모를 이유로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등 폭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다 함께’하는 올림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IOC나 참가하는 선수들만큼이나 올림픽 경기를 즐기는 우리도 함께 자성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번 올림픽 경기를 보며 떠오르는 장면이 몇 있습니다. 금·은·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이 한데 모여 단체 셀카를 찍는 모습, 경기에서 패한 선수가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 부상으로 패배한 선수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는 모습이 그것입니다. 올림픽 정신을 지키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 모든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특별히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그럼에도 끝까지 도전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 뉴질랜드 역도 대표 로렐 허버드 선수와 대한민국 양궁 대표 안산 선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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