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곳곳에서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독일, 벨기에 등지에서는 ‘100년 만의 폭우’로 2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며칠 뒤 중국 허난성 정저우를 비롯한 중국 중부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6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어 지난달 말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는 갑작스러운 홍수로 인해 최소 80명이 숨졌다. 지난 6월 말 캐나다에서는 일부 지역 기온이 섭씨 49.6도를 기록하는 등 서부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해 수백 명이 사망했고, 뒤이어 수백 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상고온 현상을 보인 시베리아 지역은 6월 기온이 평년보다 무려 10도가량 높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산불 피해를 겪었다. 덴마크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4일간 그린란드에서는 폭염으로 184억 톤의 얼음이 녹아내렸다. 폭염 현상은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올해 서울의 7월 평균기온이 역대 2위인 32도를 기록했다.

    스위스 취리히의 대기기후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평년 기온보다 5도 이상 높은 기온이 1주일 이상 계속되는 ‘이상고온’ 현상이 과거 30년에 비해 향후 30년간 최대 7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크리스 라플레이 교수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의 발생 빈도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고,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마이클 만 교수는 최근의 이상기후 현상에 대해 기후변화가 관련 모델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기후과학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실존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지구의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내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세계는 빈번한 자연재난으로 인해 공동체 파괴, 생명과 생계 위협 그리고 공중 보건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4월 유엔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세계 기후 상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아 산업혁명기 이후 섭씨 1.2도 상승을 기록했다, 즉 기후변화 파국까지 섭씨 0.3도 상승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기술혁신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낙관론이나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시장주의적 접근 등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가 됐다. 영국 가디언지가 “기후위기와 연관된 문제들은 체계적이며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요구한다”고 밝혔듯, 서둘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근본적 사회변화’를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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