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옥 기자
©홍종옥 기자

    4.7 재보궐선거 결과를 계기로 20대가 선거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20대의 민심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이에 본지는 우리 학교 20대(만 18~29세) 학우들의 민심을 듣고자 지난달 6일부터 12일까지 대학우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와 현재 지지 정당 ▲문재인 정부 국정 지지도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감소한 경우 그 원인 ▲KAIST 20대 학우로서 정치권에 바라는 점을 묻는 설문으로 구성됐으며, 응답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병행했다. 총 677명이 참여한 전체 설문 조사 결과는 아래 엑셀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여당 지지율 29.2%p 감소해

    설문조사 결과, 19대 대선 당시 지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40.0%),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19.0%),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17.4%), 정의당 심상정 후보(7.0%),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5.2%) 순이었다. 반면 서울시민인 학우들의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지지도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71.7%),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13.1%), 무소속 신지예 후보(2.1%)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지하는 정당은 19대 대선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40.9%), 바른정당(12.7%), 국민의당(11.8%),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8.5%), 정의당(6.9%)의 순이었다. 현재 지지 정당은 국민의힘(37.3%), 더불어민주당(11.7%), 국민의당(9.0%), 정의당(5.1%), 여성의당(1.2%) 순으로, 국민의힘 지지도는 28.7%p 증가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29.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참여자의 83.1%가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하여 현재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설문조사가 피조사자 선정 과정 없이 조사 대상자의 자발적 의사로 이뤄졌으며, 가중값이 적용되지 않은 만큼 표본이 편중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학우들에게 지지도 감소 원인을 물은 결과, 부동산 정책 실패와 경제 저성장(92.6%), 국가기관 및 고위 공직자의 비리(88.6%), 성추행 사건과 여당의 부적절한 대응(84.3%), 젠더 정책(78.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반면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29.6%)나 지난해 벌어진 의사 파업(37.0%)이 정부/여당의 지지율 감소에 끼친 영향은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 보기에서 제시되지 않은 감소 원인에 대한 서술형 문항 답변을 살펴보면, 과학 분야 인사 임명 문제, 대통령이 일반 시민을 고소한 사건, 미흡한 세월호 진상 조사, 적은 수의 기자회견과 미흡한 청원 답변 등 소통의 부재, 건강보험·재난지원금 등 복지 정책 등을 많은 학우들이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감소를 곧바로 국민의힘 등 야당의 지지율 증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 학우는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좋아서 지지한다기보다는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학우는 “지금의 정당 중에서는 지지할 만한 곳이 없다”며 “정당 자체를 믿지 않고 사람을 보고 뽑으려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19대 대선 당시 지지 정당이 없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0%였지만, 현재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1.5%로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20대 학우들의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부동산 정책은 낙제점... 코로나19 대응은 평가 엇갈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야별 국정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질문에 포함된 17개 항목 모두에서 부정 평가 비율이 긍정 평가 비율보다 높았다. 다만 코로나19 대응의 경우 긍정 평가(35.4%)와 부정 평가(39.1%) 비율이 비슷하게 나와 우리 학교 20대 학우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응 외에, 보건 및 의료 정책(33.4%), 복지 정책(24.1%), 국민과의 소통(20.5%), 외교 정책(19.5%) 순으로 긍정 평가 비율이 높게 나왔다. 한편,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은 82.9%로, 20대 학우 10명 중 8명 이상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정책(69.0%), 공직자 인사(67.8%), 여성 및 가족 정책(67.3%), 경제 정책(67.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지 정당 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6.6%)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국민의힘 지지층(5.0%)에서 가장 낮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조사 항목 대부분에서 긍정 평가 비율이 부정 평가 비율에 비해 높았으나, 부동산 정책, 여성 및 가족 정책, 공직자 인사에 대해서는 부정 평가 비율이 긍정 평가 비율을 상회했다.

 

군 복무 제도 개편과 청년임대주택에 대한 다양한 의견 오가

    한편, 정부/여당의 20대 정책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군 가산점 부활, 남성 징병제 폐지, 청년 대출 규제 완화, 가상화폐 제도화 순으로 높은 공감도를 보였다. 다만, 군 가산점 부활과 남성 징병제 폐지에 대해서는 여성 응답자와 남성 응답자의 지지도 차이가 컸다. 또한, 구체적인 정책 자체가 아닌 군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도 차이일 가능성도 있기에, 몇몇 희망자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먼저, 남성 중심의 징병제 폐지에 대해서 학우들의 의견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여성 징병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과 여성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했고, 휴전 국가임을 고려했을 때 징병제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의견과 징병제 자체가 부당하므로 모병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마찬가지로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도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측의 입장과 합당한 보상이라는 찬성 측의 입장을 두루 들을 수 있었다. 다만, 현역 군인의 복지와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모든 인터뷰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객관식 문항 보기에는 없었지만 많은 학우들이 언급한 정부의 청년임대주택 제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학우들은 임대주택의 취지에는 동의했으나, 임대주택 제도 시행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짚어냈다. 임대주택이 주거자에게 일종의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점, 임대주택의 질이나 교통의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임대주택을 제공하기보다 부동산 가격을 낮추어, 청년들에게 내집마련의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주문 이어져

    한편, 본지는 학우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점을 들여다보고자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안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다수의 학우가 LH 사태 조사, 공직 비리 조사, 고위 공직자 성추행·성폭력 진상조사와 피해자 복권 등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부동산 안정화와 노동 가치 상승, 소득 격차 해소, 코로나 사태 해결, 군 복무 환경 개선과 군 복무의 형평성 재고 등도 많은 학우들이 시급한 현안으로 제시했다. 그 외에 경제 저성장, 낮은 취업률, 젠더 갈등, 성범죄 및 강력범죄 처벌 강화 등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다음으로 20대 이공계 대학생으로서 정부나 국회에 바라는 점을 묻는 문항에서는, 이공계 연구에 대한 지원 확대와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바라는 답변을 상당수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정책에 이공계 전문가의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는 답변, 과학 벤처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규제 완화를 바라는 답변, 이공계 전문연구원 확대에 대한 답변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한 학우는 “이공계 연구 지원비가 부족하여 시약과 도구 등을 마음껏 구매하기 힘들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학우는 “연구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연구와 실제 연구 현실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학원생의 인건비가 매우 적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인터뷰 참가자들이 동의하였으며, 대학원생이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20대 목소리가 반영되는 국회를 위해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20대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설문조사 답변에서는 많은 학우들이 다양한 2030 정치인의 국회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특히, 공천 보조금이나 비례대표제 등 여러 제도를 통해 2030 정치인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대가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학우들도 많았다. 더 나아가, 20대의 정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10대 때부터 성숙한 토론과 정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꼭 20대만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공개적인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이어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한 학우는 정치 스쿨을 통해 정치를 전문적으로 하는 젊은 정치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다른 학우는 정치권에서 20대를 단일한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수평적인 정치 시스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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