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커젤 - <맥베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가 영화 <맥베스>로 재탄생했다. 소설 맥베스 속 시적 은유들이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되어 생동감 넘치게 다가온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장면과 인물의 모습은 영화에서 뚜렷이 재현된다. 영화 <맥베스>의 감독 저스틴 커젤은 재해석을 최대한 하지 않고 원작 소설을 그대로 살려, 욕망으로 파멸해가는 맥베스가 외치는 시적 대사들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오도록 했다.

    영화는 당시 스코틀랜드의 왕이던 덩컨왕과 그에게 반기를 든 역적 맥도널드 사이의 내전으로 시작된다. 이 전쟁에서 글래미스 영주 맥베스는 맥도널드로부터 승리를 거둔 후, 세 마녀와 마주한다. 세 마녀는 맥베스가 코더 영주가 되고 곧이어 왕이 될 것이라는 기묘한 예언을 한다. 그러나 맥베스가 왕위에서 물러난 후 즉위하는 다음 왕은 그의 자식들이 아닌 동료인 뱅코우의 아들이 될 것이라 덧붙인다. 놀랍게도 이 예언은 사실이 되어, 덩컨왕은 역적인 코더 영주를 사형에 처하고 맥베스에게 그 자리를 하사한다. 그리고 맥베스는 욕망과 도리 사이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편 남편이 왕이 된다는 예언을 들은 맥베스의 아내는 그를 부추기기 시작한다. 전쟁 승리를 축하하는 축제를 열고 그곳에 초대한 덩컨왕을 죽이라 말하며 그것이 예언을 따르는 길이라고 한다. 고뇌하던 맥베스는 결국 취해 잠든 덩컨왕을 살해하고 그를 보필하던 신하들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리하여 맥베스는 예언대로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지만, 양심의 가책과 욕망의 허망함을 느끼며 점점 실성해 간다. 급기야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마지막 예언을 막기 위해 뱅코우와 그의 아들을 죽이도록 명한다. 뱅코우는 살해당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아들은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뱅코우까지 죽인 그는 오히려 더 불안에 시달리고 급기야 죽은 뱅코우의 잔상을 보기까지 한다. 

    영화 <맥베스>는 인간의 욕망과 운명을 비극적인 서사와 시적 비유로 묘사한다. 충신이었던 맥베스가 예언을 들은 이후 욕망에 흔들리고 이를 실현하며 타락해가는 모습은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인간이라면 한번쯤은 욕망하는 바가 있고 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느껴진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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