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진 -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가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하면서 환경을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다 보면 지금 하는 개개인의 행동들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잦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노력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쓰레기를 만들기도 하고, 내가 실천하는 것이 너무 작아 보일 때도 있다. 책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에서는 완벽하진 않아도 지속 가능한 삶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 전민진은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14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기’, ‘조금 더 줄이기’, ‘순환하기’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첫 번째 주제인 ‘다시 생각하기’에서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식물지리학자인 공우석 교수는 지구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고, 커피가 열대우림을 파괴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토종 씨앗과 먹거리를 지키고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하려 한다. 스타트업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는 페스티벌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 식기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바다의 권리를 대변하려는 사람들이 만든 단체 오션카인드에서는 직접 바닷가 쓰레기를 줍고, 이를 전시물로 바꾸어 사람들에게 해양 보호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금 더 줄이기’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미니멀리즘과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미니멀리스트 최다혜, 에린남이 어떻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게 되었는지 따라가다 보면 미니멀리즘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페인 음식을 비건으로 재해석해 소개하는 마하키친 신소영 셰프, 80% 비건을 추구하는 해크레이티브 양일수 매니저의 이야기는 채식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춰준다.

    마지막 주제 ‘순환하기’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등 순환에 초점을 맞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동네 카페의 역할을 고민하는 단체 까페여름은 다양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환경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 더 피커 송경호 공동대표는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열고 다양한 대체 물품들을 사람들에게 알린다. 업사이클링 연구소 위켄드랩에서는 버려지는 오리알, 꽃 등 재활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원료를 이용해서 새로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

    완벽하게 실천할 수 없다고 해서 환경 문제에 손을 놓기에는 환경 위기가 우리에게 이미 너무 가까이 다가왔다. 완벽한 개인 몇몇이 이를 해결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모든 것을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실패하고 도전하는 실천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을 위해 노력하려 하지만 ‘나 하나로 바뀔까?’라는 생각이 실천을 방해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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