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선호(23) 씨가 경기 평택항의 부두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몸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이 씨의 유가족은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과 사과가 이뤄지지 않아 빈소만 마련한 채 여전히 장례를 미루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에 이번 사고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원청 업체인 ‘동방’은 사고 발생 20일 만인 지난 12일, 이번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성경민 동방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면서 안전관리에 소홀하여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떤 질책도 달게 받고 필요한 모든 책임을 완수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유족 앞에 동방의 자체 감사 결과 보고와 사과를 선행하지 않고, 성급하게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동방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후, 이 씨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시설 안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사전에 안전관리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사후 조치도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를 비롯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기업의 구조적 살인’으로 규정했다. 뒤늦게 정치인들과 대통령이 빈소를 찾아와 사죄와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을 언급하며 “이들이 와서 뱉은 말이 현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모는 오늘 하루로 족하다”며 “진정한 추모는 분노로 이어져야 하고, 안전한 세상을 향한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이에 기반한 진심 어린 사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산재 사망 및 중대 재해를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마련과 개선 이상 네 가지를 요구했다.

    국회는 지난 1월 8일 긴 진통 끝에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 또는 기관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법안 공포 1년 후인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어 이번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주노총과 대책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원청·경영책임자 처벌, 공무원 처벌 조항을 포함하고,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과 배제를 걷어내며, 인과관계 추정의 원칙이 포함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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