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그린 - <엔드 오브 타임>

    과학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인류의 역사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이 있었다. 우주의 모든 현상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현재 과학은 수많은 현상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은 개념들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끈 이론을 전공한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은 그의 저서 <엔드 오브 타임>에서 검증되지 못하고 남겨진 개념들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나름의 가설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루는 개념은 무질서도의 척도인 엔트로피다.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저자는 엔트로피를 확률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무질서한 상태는 존재할 확률이 높은 반면, 질서 정연한 상태는 상대적으로 존재할 확률이 매우 낮다. 서재에 책이 꽂혀 있는 가짓수 중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낮은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책에서 ‘시간의 끝’이라 언급한, 우주가 종말을 맞이하는 순간은 엔트로피가 점차 증가하다 결국 극단에 이르렀을 때라고 말한다. 블랙홀이 조금씩 우주의 빛을 지워가다가 결국 마지막 복사를 방출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시간은 더 이상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은 무작위한 입자들의 위치의 변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지금도 시간의 끝, 우주의 종말은 다가오고 있다. 그 날이 오기 전에 인류는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사실이 인류의 삶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으로 이르는 것에 대해서는 극구 반대한다. 우리의 존재가 경이로움 그 자체이며, 작은 입자가 모여 고도의 사고를 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가 탄생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직도 미지로 가득 찬 인간의 의식과 믿음,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해 고찰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어쩌면 저자는 자신이 내린 결론이 진실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닌, 독자들 또한 깊은 고찰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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