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취임한 이광형 총장은 취임사에서 “KAIST의 미래 50년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국가와 인류의 번영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글로벌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포스트 AI 시대를 준비하는 KAIST 신문화 전략 ‘QAIST’ 추진을 선언하였다. 이후 이 총장은 지난 13일 ‘KAIST 100년을 향한 학생과의 비전토크’를 비롯해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문화 비전 발표회’ 등 학생, 교원 등 교내 구성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며 이러한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총장이 제안한 QAIST 전략은 ‘질문(Question)’하는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을 첫머리에 두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 총장은 “KAIST 교육 문제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으로, 인성과 리더십을 기르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자 한다.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질문’이 나오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의 이 같은 제안은 학업과 성적에만 매몰돼 가고 있는 KAIST 교육문화에 대한 교내 구성원들의 비판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장하성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12일자 신문에 실은 한 칼럼에서 “혁신적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미 다들 아는 사실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정답을 넘어서는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정답이 아닌 삶을 살아야 한다. 공부 잘해서 일류대학 나와서 취직 잘한 모범생의 모델을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가 비범한 창의력을 원한다면 기묘한 인생들을 감싸 안는 너그러운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의 이러한 지적은 최근 한 TV프로그램 출연하여 이 총장이 밝힌 “이상한 생각이나 새로운 생각을 존중하고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적어도 KAIST 내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는 구상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포스트 AI 시대, 그리고 새로운 KAIST 5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학업성취 지향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성을 다양하게 자극할 수 있는 교육문화와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그러나 질문하는 창의력 있는 인재의 양성은 총장 한 명의 의지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학생들이 성적 향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상과 인간에 대한 폭넓은 시야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강의방식, 커리큘럼, 평가방식 등 교육 전반에 걸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아울러 학생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문화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에 참여하는 교원과 학생의 인식 전환 또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당장의 전공 지식 습득에만 급급하지 않고 세상에 대한 긴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교원들부터 적극적인 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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