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대전을 노잼 도시라고 부를 때면 어떻게든 대전의 매력에 대해 변호하고 싶어진다. 지하철 노선이 하나밖에 없고 번화가에도 즐길 거리가 딱히 없다는 단점은 대전이 가진 모습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어디를 가나 자전거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다거나 엑스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흥미로운 도시를 납작하고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대전이 지니는 느낌에 대해 말하고 싶다. 느낌에 대해 말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어느 지점에서라도 공감한다면 대전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부산이 고향이라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도롯가의 모습에 익숙하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북적이고 시끌벅적한데, 하다못해 밤 산책을 하러 강변으로 가도 산책로에 사람이 가득하다. 반면 대전은 사람이 주는 활기가 적다. 조용한 새벽 거리를 걸으면 마치 거리 전체를 전세 낸 기분이다. 갑천을 따라 조금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갑자기 주변 풍경이 변한다. 건물들은 드문드문해지고 가꾸지 않은 풀들과 큰 버드나무가 나온다. 사람 소리와 차 소리가 모두 사라지면 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나 강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불빛이 많이 없어서 별들도 잘 보인다. 고작 학교 주변을 다녀본 게 다지만 나만의 비밀 공간을 가지게 되는 느낌이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의 첫 기숙사 생활이라 두 번째 고향 같은 느낌도 있다. 인생의 큰 전환점인 대학 입학과 동시에 대전에서 살기 시작해서 부산과 조금씩 다른 점들이 전부 새롭게 느껴졌다. 처음 해본 것들, 새로 알게 된 사람들도 다 대전에 있었다. 잔잔한 곳이라서 그런지 특별한 일이 아닌 사소한 것들이 오히려 소중하게 기억에 남았다. 똑같은 하늘과 계절인데 집에만 오면 대전의 왠지 모르게 생소한 햇빛과 계절이 그리워졌다.

    대전은 인디 음악같고 평양냉면 같다. 가장 많은 사람이 좋아하진 않지만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대전의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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