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정부는 향후 5년간 가족 정책 추진의 근간이 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습니다. 여성가족부 정영애 장관은 브리핑에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설명하며, ‘모든 가족,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는 사회’의 구현을 비전으로 ▲세상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 기반 구축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 여건 보장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 환경 조성의 4개 영역별로 정책 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이번 정부안을 설명하면서 ‘모든 가족’, ‘다양성’, ‘평등’과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정부안은 ▲’사랑이법’의 후속 조치로서 미혼부가 모의 협조 없이도 법원을 통해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요건 완화 ▲한 부모·다문화 등 다양한 가족 특성을 고려한 자녀 양육 지원 확대 ▲청소년 부모를 위한 종합적 지원방안 마련 ▲비혼 동거, 룸메이트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가족 인정 등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위 ‘비정상 가족’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자녀 양육 의무 불이행 시 상속에서 배제하는 ‘구하라법’ 도입 ▲양육비 이행 강화 등 부모의 양육 의무를 강화하고 ▲’혼외자’ 등 차별적 용어 개선 ▲자녀가 부의 성을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부성 우선주의’ 폐지 등 우리 사회의 가족 제도에 내재된 차별을 없애는 정책이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지난해 여가부에서 시행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가진 친밀한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40%에 달했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혼인과 혈연, 입양만을 가족으로 규정하는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통해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차별과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정부에서 내비친 건 분명 고무적인 일입니다.

    미혼모·미혼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1인 가구, 룸메이트로 구성된 가족, 비혼 또는 동성 커플 모두 이미 우리 사회에 실존하며, 그렇기에 차별받지 않아야 할 우리의 이웃입니다. 정부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누군가의 동반자로서 수술동의서에 사인하고 상속받을 권리, 가족 형태와 무관하게 자녀를 가질 권리,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과 법 앞에 가족으로 인정받을 권리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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