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한 지 1년이 넘어서면서 이른바 ‘코로나 피로증’이 전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코로나19는 건강한 이에게는 마스크 착용, 대규모 사적 모임 금지 등 방역조치로 인한 불편함 또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질병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거나 사업체의 문을 닫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에게는 단지 피로감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생존과 직결된 보다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됐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계층,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고, 이는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백신 보급이 진행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코로나19가 낳은 상처와 아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평등은 각종 통계자료로도 확인된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심화)는 2019년 0.294에서 0.306으로 악화됐다. 코로나19는 특히 취약계층에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지수는 6.4% 상승했고, 잠재 임금손실률도 7.4%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더 심한 교육격차를 낳으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전 세대를 걸쳐 고착화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코로나19 전후 학력격차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중위권 학생 비율은 줄고 하위권 비율이 늘면서 ‘학력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수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교육 기능이 약화됐고 대신 가정환경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부모간 사회·경제적 차이가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면서, 교육에 따른 세대 간 계층이동 가능성이 낮아지고 불평등은 더욱 구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불평등 문제는 코로나19 극복이 단지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어 일상으로 돌아가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불편하고 답답하겠지만, 코로나19가 초래한 그리고 드러낸 다양한 사회·경제적 모순들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는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완전한 복귀는 요원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주위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하는 연대의 정신을 가질 때, 진정한 위기 극복과 더 나은 사회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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