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로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던 사람을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치는가 하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침을 뱉거나 폭행을 가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현지 시간 지난 16일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4명 등 8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뉴욕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로 체포된 비율은 재작년보다 지난해 7배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인종과 국적을 이유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일은 비단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 8일, 경기도는 도내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더 나아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외국인 노동자만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했다가 비판이 일자 지난 18일 이를 철회했습니다. 서울시 역시 지난 17일, 외국인 노동자의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EU와 영국 정부가 문제를 제기했고, 뒤늦게 방역 당국이 서울시에 개선을 요청하면서 서울시는 지난 19일 외국인 노동자의 진단검사 의무를 철회하고 검사를 권고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1954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설명하고자 ‘올포트 척도’를 고안합니다. 그는 해당 척도에서 사회의 편견의 징후를 반항적 말투(혐오 발언 등), 회피, 차별, 신체적 공격, 집단학살의 5단계로 나눠 설명합니다. 하위 단계는 상위 단계의 징후로 작용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올포트 척도는 특정 집단에 대한 희화화나 편견에 동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종국에는 혐오 범죄나 집단학살 등 무시무시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서울시는 남양주와 동두천에서 발생한 노동자 집단감염 및 최근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확진자 비율을 근거로, 외국인 노동자의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은 해당 집단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 방역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이번 행정명령을 8·15 집회 등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 당시 진행한 지역 방문자 전원 진단검사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일 사업장에서 일하는 한국 직원은 행정명령에서 배제되었다는 점 ▲8·15 집회 당시와 달리 이번 행정명령은 개인의 정체성을 이유로 진단검사를 강제한 점 ▲최근 일어난 외국인 노동자 집단 감염은 그들의 국적이 아닌 열악한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내제된 외국인 혐오 정서가 지자체의 차별적 행정명령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로서, 자칫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 고착화와 혐오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외국인 혐오는 전염성이 매우 크고 자칫 범죄로 이어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닌 신종코로나바이러스임을 기억하고, 인류가 힘을 합쳐 전염병과 제노포비아에 맞서야 할 때입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